4월, 순응과 파격
4월, 순응과 파격
  • 중부매일
  • 승인 2019.04.0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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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눈]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봄이 완연하게 찾아왔다. 나무들이 새 생명의 잉태를 위한 준비를 서두른다. 많은 나무가 먼저 잎을 돋게 하고 꽃을 피운다. 이와 달리 새잎을 틔우기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개나리, 목련, 미선, 진달래, 벚 등이 대표적이다. 뭐가 그리 급해 꽃부터 피우는가? 봄을 조금이라도 먼저 알리는데 정신을 쏟다 보니 새잎 틔우는 것을 망각해서일까?

나무는 종속 번식, 열매를 맺으려면 암수 꽃가루가 만나야 한다. 나무는 고정체이다. 스스로 위치를 변경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종족 번식에 성공하는가? 먼저 꽃을 피워 수꽃술을 암술로 이동시켜 꽃가루받이(수분)한다. 그러면 열매를 맺는다. 이때 암수술이 서로 만나는 역할을 누가 맡는가? 곤충과 바람, 물과 새다. 이들이 없다면, 식물 생태계 보전은 과연 가능할까?

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는 그렇지 않은 나무보다 꽃이 더 화려하고 향기가 진하다. 이 향기는 단맛이 나는 액체, 꿀에서 발산된다. 한 낫 식물에 불과한 나무가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달콤한 꿀까지 생산하는 이유는 뭘까? 꽃가루받이를 위해서다. 꽃과 꿀은 곤충 등 동물을 유혹하기 위한 '작업의 수단'이라 보면 맞다. 이 같은 꽃을 충매화(蟲媒花)라 한다.

나무는 꽃밥 속의 생식세포인 꽃가루를 암술에 전달하도록 하는 수고비 조로 꿀을 곤충에 주는 셈이다. 곤충들은 수고비(꿀)를 받고 수꽃술을 입과 다리 등에 묻혀 암술에 배달해주는 일종의 택배 기사다. 자연계도 공짜는 없다. 인간도 아름답고 향기 나는 것에 눈이 쏠리는 듯 곤충도 마찬가지다.

꽃가루받이의 대표적 곤충은 꿀벌이다. 꿀벌이 없으면 많은 나무는 종족 번식에 실패한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멸망한다.'고 말했다.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인류생태계로 이어진다. 꿀벌이 사라지는 추세이니 걱정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잎이 바람을 막아 수술이 원만하게 암술로 날아가는 데 방해한다. 그래서 잎을 틔우지 않고 서둘러 꽃을 피워 바람을 마음껏 이용해 종족 번식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꽃가루받이를 바람에 의존하는 나무를 풍매화(風媒花)라 한다. 소나무가 대표적이다. 꽃식물의 10%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수술을 잘 만들면 되고, 전달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꽃이 굳이 화려할 필요도 없고 수고비(꿀)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문제는 바람이 꽃가루를 정확하게 암꽃에 운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바람이 너무 약하거나 바람이 수술을 안고 암꽃을 정확하게 찾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람에 의존하는 나무는 물고기가 무수한 알을 낳은 것처럼 아주 많은 양의 꽃가루를 만들어야 한다. 꽃을 먼저 피우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이자 파격이다. 급할 필요가 있는가? 그렇다고 해 벌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봄바람이 수꽃술을 싣고 정확하게 암꽃을 찾아가는 것도 아니다.

현대인은 어떤가? 순리대로 살아가는가? 그렇다고 보기에 너무나 부족한 면이 많다. 그 하나는 많은 사람이 시간을 앞서 살고 있다는 현실이다. 육체와 정신의 시간적 위치가 다르다. 삶이 미래 목표 실현의 욕망에 꽁꽁 묶여 있다. 부실한 토대에 마천루를 짓는 형국이 아닐까? 현대인은 성찰적 삶이 부재하다. 과거는 무시하고 현재는 모른 채 오로지 목표 실현만 추구한다. 인생에서 화급을 다툴 것 별로 없다. 화급은 지나친 경쟁 심리에서 비롯된다. 남을 딛고 올라서고 남의 권위와 권력을 빼앗아서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꽃을 먼저 피우는 것도 결국 권력 투쟁의 결과가 아닐까?

꽃을 먼저 피우는 것이 그 나무의 속성, 본질이라 치부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여하튼 동식물에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꽃피는 봄, 4월이 그래서 잔인한 달인가 보다.

김동우 YTN청주지국장
김동우 YTN청주지국장

스스로 나서 이성(異性)을 만날 수 없다. 천부당만부당이다. 동가홍상(同價紅裳)의 철칙은 인간이나 곤충 모두 다름이 없다.

바람이 거저 해주기 때문이다. 수술을 전달하는데 수고비를 줘야 할 매개체가 필요 없다.

이른바 배달 사고가 종종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바람이 도중에 흐지부지되어 암술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그렇다면 서둘러 꽃을 피우는 나무와 무엇이 다를까? 경쟁은 권력의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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