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지난해 4월 4일 연분홍 벚꽃으로 물든 청주 무심천 일대가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뒤덮였다.

전날 벚꽃이 폈다며 신이 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인 결과다. 깨진 소주병, 먹다 남은 치킨 등이 처참히 나뒹굴었던 모습은 우리들의 의식수준을 대변했다. 술과 음식냄새가 뒤섞이면서 악취가 코를 찌르기도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는지 그 넓은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일대가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른들의 꽃구경 행태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어린이집·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이날 오전 현장학습을 위해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코를 막은 채 벚꽃 대신 쓰레기를 바라보던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우리가 치워요"라며 고사리 손으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들이에 나섰던 아이들에게 무심천 벚꽃은 그렇게 기억에 남았다.

5년째 무심천 체육공원 청소를 하고 있다는 한 봉사자는 "매년 벚꽃이 피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며 "올 때는 양손 가득히 들고 이곳을 찾지만 갈 때는 아무 죄의식 없이 자기 몸뚱이만 챙겨간다"고 지적했다.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br>
신동빈 사회·경제부 기자

당시 현장을 찾았던 청주시청 관계자도 "쓰레기 불법투기는 실질적인 단속이 어렵다"며 "단속을 나와도 술에 취한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벚꽃과 함께 떨어진 시민의식' 지난해 4월 5일 중부매일 사회면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를 본 시민들은 "꽃구경 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무심천에서 취식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며 성토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벚꽃은 피었다. 꽃놀이를 핑계 삼아 무심천에서 술판을 벌이기 전에 이를 즐길 자격이 있는지 모두가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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