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논설실장

지난 겨울을 뒤덮었던 미세먼지의 뒤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찾아오더니 봄기운이 생동하는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봄바람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벌써 봄꽃들이 산과 들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조만간 우리 곁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는 무심천 벚꽃들이 소식을 전할 때가 왔다. 무심천을 둘러싸고 있는 벚나무들이 꽃비를 쏟아내면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모르게 한번쯤 이곳으로 발길이 향하곤 한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른 행로로 새봄을 맞이할까 한다. 벚꽃과 함께 몰려드는 인파 구경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일정을 조금 늘려볼 생각이다. 무심천 동편 옛 구도심인 중앙로 주변부터 무심동로에 이르는 지역을 벚꽃의 향취와 더불어 걸어볼 요량이다. 매번 차장 너머로 스치듯 지나치며 느꼈던 무심천변 봄의 생기를 몸으로, 발걸음과 함께 느껴보겠다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이같은 생각이 든 것은 그만큼 이 거리들이 달라진 모습으로 발길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10여년전부터 소나무가 한두그루 심어지면서 언제부턴가 소나무길이라 불렸던 청주 중앙로. 한때 청주 도심상권 중심지 일원으로 각광을 받았던 때가 있었지만 30여년 넘게 쇠락의 길을 걸었던 이곳은 4~5년전부터 진행된 상권 활성화사업 덕에 전혀 다른 길로 변모했다. 지금은 성안길 입구부터 청소년광장을 지나 옛 청주역사 앞까지 차없는 거리로 꾸며졌으며 청년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카페, 식당, 소품점 등이 속속 들어와 제법 활기 넘치는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이곳을 찾는 유동인구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데 도로를 새단장하기 시작했던 2011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하루 유동인구수가 2.5배 이상 늘어났다. 잊혀지고 발길이 끊겼던 옛 도심이 부활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마냥 좋아만 하고 있을 상황은 못된다. 상권이 제대로 살아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상가 임대료가 꿈틀대고 있다고 한다. 서울 경리단길, 삼청동길 등에서 벌어졌다는, 말로만 듣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는 얘기다.

죽었거나 없었던 상권을 살리고 만든 점포주들이 상권 활성화에 따라 높아진 건물 임대료 때문에 쫓겨나는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의 결말과 문제점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을 미리 막고, 예방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인구 90만명에 육박하지만 내세울만한 관광지는 물론 가까운 이들과 나들이할만한 곳조차 별로 없는 청주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누구나 반길만한 명소라면 반드시 지켜내야 할 것이다.

최동일 부국장겸 음성·괴산주재
최동일 논설실장

청주시와 규모면에서 적잖은 차이가 나는 춘천, 전주의 1/4에도 못미치는 방문객수도 그렇고, 가장 많이 찾는 청남대를 제외하면 소개하기에도 민망한 관광지 면면이 청주의 현주소다. 반면 오송역이 국가 철도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되살아난 청주공항의 올 이용객이 지난해 대비 2.6배나 늘어나는 등 청주지역 관광의 성장 여건은 그리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같은 구슬을 꿰맬 손길인데 지금 청주시의 자세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뒷짐만 질 뿐이다.

요즘 청주시의 행정을 놓고 '되는 것만 없다'는 얘기가 나돈다. '안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는' 수준이 아니라 안되는 것 뿐이라는 말이다. 취임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시정(市政)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무슨 일들을 펼칠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으려 한다. 기대에 못미치는 것도 그렇지만 애써 쌓은 공든 탑이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자신이 펼친 소나무길에 푸르름을 채우는 일도 못한다면 한범덕 시장은 그동안 걸어온 길을 스스로 부정(否定)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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