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 오전 폭발 사고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 대전공장에서 119구급차량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14일 오전 폭발 사고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 대전공장에서 119구급차량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충청권을 대표하는 대기업집단으로 통하는 한화 대전공장의 폭발사고가 또 다시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발생한 한화 공장 폭발사고는 같은 공장안에서 1년도 안돼 폭발사고가 거듭됐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주위의 우려와 함께 철저한 대책마련이 요구됐다. 국내 주요 방산업체로 폭발물인 화약을 다루는 한화 대전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 연료 충전작업중에 사망자만 5명에 이르는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그런 곳에서 불과 9개월만에 또 다시 청년 근로자 3명이 죽는 큰 사고가 터졌으니 걱정에 앞서 그 원인에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 2월 폭발사고와 관련 해당 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한 결과, 정전기 시설 미흡 등 82건의 위법사항이 적발됐다. 추락·전도(넘어짐) 위험이 있는 시설 방치, 압력용기 안전검사 미실시 등도 문제지만 특히 폭발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정전기에 대한 안전시설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폭발·발화·인화성 물질을 주로 다뤄 위험이 상존하는 곳에서 마찰·충격·정전기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기본중에 기본이랄 수 있다. 한마디로 이번 폭발은 안전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물론 정확한 폭발원인은 경찰 등의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앞서 사례를 보면 이 마저도 불확실하다) 정전기 대비 안전시설이 미흡했다면 이 공장의 안전대책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고용노동청의 감독에서 적발된 위법사항 82건 가운데 안전관련이 39건에 이르고, 검찰에 넘길 정도로 무거운 사안이 53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폭발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정전기 안전시설의 경우, 예상치 못한 전기가 흘러 나갈 수 있도록 한 접지(接地) 설비 부족이 이번에 적발된 것이다.

이는 전기관련 시설이면 어느 곳에나 설치하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는 수준의 안전대책이다. 이같은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안돼 있는데도 지금껏 관련 사고가 없었다는 것이 더 이상스러울 정도다. 전기 접지시설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난 이 사업장은 이미 지난해 5월 폭발사고로 한차례 안전대책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사고후 안전대책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유가족들의 주장이 이번 사고때 제기됐다. 즉, 큰 인명사고가 났음에도 작업장 안전을 개선한다며 하나마나한 자체 안전강화 대책만을 내놓았던 것이다.

결국 한화 대전공장은 안전불감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사고때에도 폭발에 따른 화재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그제서야 작업자들에게 방염복을 주는 것으로 안전조치를 마무리한 것이다. 당시 다른 분야의 안전 개선을 위한 점검이 이뤄졌는지 모르겠지만, 점검이 안됐어도 문제고 점검을 했다면 더 큰 문제다. 이번엔 접지시설만 보완하고 말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일한 대처, 부족한 경각심을 뜯어고치기 전엔 백약이 무효일 것 같아 걱정스럽고, 대표적 충청권 연고 그룹이란 이름에 자꾸 먹칠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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