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매년 여름이 되면 외계 악(惡)의 세력에 맞서 지구를 수호하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전세계 영화팬들이 열광 한다. 매번 비슷비슷한 시리즈이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화려한 액션씬 뿐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었던 히어로들이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되어 지구를 지킨다는 스토리에도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해서일 것이다.

우리 동네에도 우리 사회를 지키는 '老벤져스'가 있다. 바로 우리가 사는 동네, 마을 구석구석을 관리하는 공공일자리 참여 노인들이다. 거리 쓰레기 줍기, 교통안내, 공원 풀뽑기 등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려하지 않는 궂은 일을 정성스런 손길로 해내고 계신 작은(?) 영웅들이다. 늙고, 힘없어 보이는 작은 손길들이 모이니 큰 힘이 되어서 우리사회 곳곳의 구석구석을 조금 더 밝고, 깨끗하게 만들고 계신다. 정부에서 65세 이상 기초연금 대상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은 소득이 넉넉하지 않은 현실에서 노인들께 작지만 소득에 보탬을 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체활동에 따른 건강까지 덤으로 드릴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적은 비용으로 환경정비와, 사회적 고독감 감소, 자살예방, 고령자 진료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등 다중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물론, 노인들의 공공일자리 사업에 대한 시각 차이도 존재한다. 하지만, 경제성만을 따지는 냉정함이 아니라 65세 이상의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만큼 사회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보아주셨으면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90.9%가 하나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고령화에 따른 각종 질환과 신체능력의 쇠퇴로 젊은 사람과 같은 신체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 조금만 일하셔도 쉬이 피곤해지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러한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공일자리 사업은 단순하고, 쉬운 방향으로 전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니어의 경륜과 경험을 살리는 소위 '양질'의 일자리는 없는 것일까?

통계청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64세인 중장년층은 평균 49.1세에 실직을 하게 되지만 이들 중 64.1%가 생활비에 보탬(59.0%), 일하는 즐거움(33.3%) 등의 이유로 평균 72세까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복지개념의 공공일자리 사업 외에 민간 일자리를 희망하는 노인들에게 시니어 인턴 사업을 통해 기회를 찾아 드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저숙련, 진입장벽이 낮은 시설관리나 경비 아니면 운전직에 머무르고 있어 더 이상 노인이 복지수혜 대상만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정착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박노학 충북도 노인장애인과 노인복지팀장
박노학 충북도 노인장애인과 노인복지팀장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직업의 육체적인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고,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창의력이 높은 청년세대와 시니어의 축적된 노하우의 융합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를 맞아 양질의 노동력을 활용 할 새로운 직업 마련이 절실하다. 정직한 노동이 주는 값진 보람을 모든 구직 시니어가 느끼실 수 있도록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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