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이끌 2기 장관후보로 지명됐던 7명을 놓고 청문회 전후 벌어졌던 도덕성 시비에 대해, 청와대가 2명을 낙마시켰다. 전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수없이 목도했고, 현 정부 초기 내각구성 시에도 물러난 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는 크다. 상대적 박탈감과 열패감 때문이다. 편법·탈법으로 재산을 증식하고 자녀들의 학업 및 취업에도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품격 없이 욕하던 자가 결국 장관 자리까지도 차지하려 하니, 누가 인정하겠는가. 부동산투기를 잡아야 할 국토부장관 자리에 이미 투기지역에 세 채나 주택을 갖고 있고 23억 원의 시세차액을 남긴 투기전문가가 지명된 것에 박수칠 국민이 있겠는가.

결국 최정호 국토부장관 후보는 자퇴 형식으로, 조동호 과기부장관 후보는 지명철회 하는 식으로, 국민눈높이에 맞지 않는 이를 장관후보로 지명한 데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청와대의 해명처럼 조 후보의 부실 학회 참석에 대해 검증을 못한 것 등 검증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해서 사달을 일으켰다면 검증책임자의 잘못일 것이고, 최 후보처럼 상식에 반함에도 불구하고 지명한 것이라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집권 3년 차에 개각을 통해 '쇄신'을 하려다가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를 하는 이도 있지만, 나머지 장관 후보 5명 모두 결격자라며 지명을 전부 철회하라는 자유한국당 같은 반대자들의 목소리도 높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직후보자 인사검증 5대 기준(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에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더해 7대 기준에 저촉되는 후보는 없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지명을 철회하며, 앞으로 7대 기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나고 그 자체로 검증기준에도 어긋나며 거짓말로 일관하는 자를 전문가라며 임명 강행하려 했던 것이나, 여러 번 위장전입을 한 자에게 기준연도가 다르다며 감싸고도는 것도 같다.

장관후보자들의 전문성은 크게 문제 삼지 않지만, 전제인 도덕성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다. 왜냐면 어떤 나라보다 세대간, 지역간, 정파간 갈등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정서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야말로 성공정치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이즈음에서 다시 생각나는 것이, 문대통령의 취임사 중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집권 3년 차에 들어선 지금, 북핵문제와 민주화의 진전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나아지지 못하는 경제현실, 야당의 반대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공수처 설치·선거법개정 등 개혁입법, 끝내지 못한 적폐청산 등으로 국민들은 피곤하다. 거기에 이런 도덕적 흠결 있는 자들을 장관후보로 임명하다니,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요즘 넷플릭스에서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라는 미드를 보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의회의 지도자들이 의회빌딩 폭발로 모두 사망하고 권력승계서열 11위에 불과한, 유약하고, 선거를 치러본 적도 없고, 사건 당일 아침 비서실장으로부터 경질 예고를 받았던 주택부장관이 갑자기 대통령으로 취임해서, 위기에서 가족과 나라를 지키는 드라마다. 그가 보여준 것이 '정직'과 '진정성'이다. 정치가 뭔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다. 국민이 행복해서 이 나라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는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서, 고칠 건 고치고 심기일전 해 성공적인 대통령, 성공적인 정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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