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시간 감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진되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충격 완화를 위한 9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면서 먼저 규모가 큰 300인 이상의 업체를 대상으로 제도준수에 대한 단속·처벌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이거나 중견기업 이상인 업체들로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준비에 들어가 지금으로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50인 이상 업체 등 다음 단계에 대한 걱정은 제도시행보다 빠르고, 무겁게 해당 업체들을 짓누르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벌써부터 이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충북을 비롯한 지역업체 대다수가 여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즉, '주 52시간 근무'로 인해 지역에 직접적으로 미칠 파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들이지만 누구나 할 것 없이 인력난을 겪고 있고 신규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많아 근로시간 감축은 곧바로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설령 인력이 채워진다고 해도 임금 부담이 커진 기업들로서는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 업체의 하소연이다.

사실 근로시간 감축으로 인한 지역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대기업 등에 대한 단속에 앞서 이미 시작됐다. 당장 인원을 더 확보해야 하는 큰 기업으로 중소기업의 숙련 인력들이 옮겨가면서 일부 중기들로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운용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더 규모가 작은, 더 영세한 업체들로 확산 전파된다는 것이다. 직원이 많아야 20~30여명인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서너명만 이직을 해도 그 타격은 적지않다. 하물며 충북도내 5인이상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직원 10명 미만인 곳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근로시간으로 인해 기업과 노동자, 정부 모두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경제상황은 흐림을 넘어 먹구름이 예고돼 경제현장의 불안이 더 가중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 및 지방정부 부채 위험신호 소식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한달만에 경기둔화에 대비해 금리를 동결하기로 입장을 바꾸는 등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경제도 넉달째 이어지는 급격한 수출 감소세와 하방 리스크(경기하락 위험 요인)가 커지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지적이 나오는 등 경기둔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대기업 등은 유연근무제 등 대처할 여지가 있지만, 중소기업들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더구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줄어드는 임금보전 문제는 곧 닫칠 악몽이 될 수 있다. '과로사회 대한민국'을 벗아나기 위한 근로시간 감축은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알바'가 아닌데도 최저임금 수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근로자가 적지 않은 만큼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기부양 등 기업 경제활동 증진을 통한 신규 일자리 나누기와 소득증대, 삶의 질 향상이 먼저였으면하는 아쉬움이 관련 제도가 구체화될수록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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