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존중의 대상이다
아이들도 존중의 대상이다
  • 중부매일
  • 승인 2019.04.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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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시론]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유치원과 어린이 집에서 아동학대가 빈발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CCTV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유치원은 이마저도 예외다. 사실 여기저기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어린이 집에 CCTV를 설치했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교사들의 자질과 사회전반의 의식개선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는 반증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어린이 보호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학교 주변에서 자동차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에는 아예 차량통행을 제한하는 곳도 있다. 주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개 만 12세 이전 까지는 아이를 홀로 두거나 보호자 없이 외출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교사나 의사는 아이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은 부모의 일이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이를 보호하고 키우는 것은 사회 공동체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독일도 아동학대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다룬다. 특히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것은 2009년에 드러난 학교에서의 성폭력 사건이었다. 종교계 학교에서 수십 년간 교사들이 어린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다. 독일정부는 진상조사를 위해 가족부 장관을 지낸 크리스티네 베르크만 박사를 책임자로 임명했고, 그 결과 전국적으로 2만 건이 넘는 피해사례를 확인했다.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가 크게 높아졌다. 교육기관에서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마련하여 피해자들의 상담은 물론 성폭력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의 아동보호 시스템은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 다각적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2004년 아동폭력 예방을 위해 설립한 ONED가 중심이 되어 모든 아동폭력 예방과 피해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피해자 중심으로 모든 신고체계가 간소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상담과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권 선진국답게 아동폭력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도 매우 높다.

스웨덴은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학대방지법을 제정했다. 아동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가하면 누구든 예외 없이 처벌을 받는다. 교육기관에서 아이를 꼬집거나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는 물론 욕설 및 모욕행위까지도 금하고 있다. 보호자가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도 처벌대상이 된다.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본다는 의미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BRIS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어린이 학대에 대한 우리의 민감도는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얼마 전 미국령 괌에서 우리나라 법조인 부부가 체포된 것은 단적인 사례다. 괌으로 가족여행을 간 판사와 변호사 부부가 자녀를 자동차 안에 방치한 이유로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잠깐 쇼핑할 동안이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부부는 경찰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았던 사건이다. 법조인들마저도 아이들의 안전과 인권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인권을 갖는 독립된 주체이지만 모든 면에서 성인들의 보호와 배려를 필요로 하는 가장 약한 존재다. 이런 존재를 지켜주고 보호해야 할 책임은 우리 사회에 있다. 아이들도 사람이 사람을 대하듯이 인격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CCTV의 설치나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민감성 제고가 시급한 문제다. 앞서 거론한 아동인권 선진국들의 사례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공통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성이 높다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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