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방안을 확정ㆍ발표하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논의는 과거정부의 세계화추진위원회나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서부터 꾸준하게 진행되어 왔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은 국제화, 전문화 등의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경쟁력을 갖춘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고, 법률소비자인 국민의 수요증대에 부응하여 법조인의 수를 늘려 국민에게 값싸고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지금까지의 사법시험위주의 법조인 양성ㆍ선발제도로 인하여 비롯된 황폐한 대학교육의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것 역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에 거는 국민의 기대이다. 사개추위가 확정 발표한 로스쿨 도입방안은 그간의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의 성공적인 도입 및 정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많은 난제를 남기고 있다.

로스쿨 도입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제도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로스쿨 도입의 목적으로 제시되었던 법조인 양성을 수요에 맞추어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이자는 취지가 희석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사개추위는 핵심쟁점 중 하나인 입학정원 문제는 개별 로스쿨의 정원을 150명 이하로 한다고만 정하고 총 입학정원은 별도의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일부의 주장처럼 1,200명 선을 상한선으로 한다면, 로스쿨을 도입하려는 목적에 맞지 않고 기존의 사법시험을 단순히 대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개혁의 명분에 부합되지 않는다. 총 입학정원통제는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일정한 기준충족을 고려하여 인가할 수 있도록 한 인가기준과 상호 모순된다는 지적과 대학의 자치에 반한다는 주장을 고려할 때 앞으로 법률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법조계, 대학사회와 시민단체, 그리고 학부모 및 학생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합리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둘째, 로스쿨은 전문법률가양성소이기보다는 예비법조인이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본을 확립하여 주는 대학의 교육기관이라는 점이 분명히 인식되어야 한다. 로스쿨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보다 나은 법률가를 양성하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어떤 전문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꾸준한 연구와 실무경험이 필요하다. 로스쿨은 졸업과 동시에 이런 전문가를 배출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하고 세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본능력을 배양하는 곳이다. 이러한 점에서 로스쿨은 현재의 사법연수원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로스쿨교육을 통해 배출된 인재가 변호사시험을 거쳐 다양한 경력을 거치면서 법률실무전문가의 역량을 길러 나가야 하며, 법조3륜은 물론 법률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각계각층에 골고루 진출하여 법치주의 구현에 이바지 하도록 하는 것이 로스쿨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로스쿨교원에 실무교원을 의무적으로 20% 이상 법령에 명시하는 것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실적으로도 법률실무가의 유인책이 동반되지 않은 채 이를 강행한다면 몇몇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실무교원비율의 인가기준을 맞추기 어렵다. 법령에 명시하기 보다는 교과과정상 실무교과목이 충분히 개설되는지, 실무교육에 필요한 교원을 충분히 확보하였는지 등을 심사하여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인가기준으로 제시되는 수량화된 인적(교원수 최소 20인 이상, 교원 대 학생비율 1: 12이내), 물적(각종 시설요건) 기준 외에 교육방법, 교원의 연구성과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로스쿨도입은 국가균형발전전략의 축과 연결되어 추진되어야 한다. 로스쿨은 법조인력 양성의 유일한 통로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국가 균형발전의 안목, 즉 지역균형을 고려하여야 한다. 지방화시대에 지방에서 소요되는 법률가를 그 지방에서 배출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이념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최소한 1도에 1개 이상의 로스쿨이 설치되어 지역균형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로스쿨 도입은 한 대학의 한 학과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대학 및 지역사회의 공통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며 상호협력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김수갑 충북대 법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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