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가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결정되자 환호하고 있다.(사진 위) 통영고성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인사하고 있다. 정 후보 왼쪽은 부인 최영화 씨.(사진 아래)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이정미 대표, 윤소하 원내대표가 창원시 선거사무실에서 당선 결정되자 환호하고 있다.(사진 위) 통영고성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인사하고 있다. 정 후보 왼쪽은 부인 최영화 씨.(사진 아래) / 연합뉴스

내년 총선의 예고편이라던 '4·3 보궐선거'가 보여준 민심은 단순하지가 않다. 외관상으로는 국회의원 2석을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나눠 가졌지만 내용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참패, 자유한국당의 약진, 정의당 신승(辛勝), 바른미래당의 몰락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걸음 나아가 의미를 따진다면 현 정부에 대한 강한 경고이면서, 과거를 우려먹는 정치적 폐습(弊習)의 유효기간이 이제 다했음을 말하고 있다. 즉, 예전과 같은 방식에다 달라진 것이 없는 인물들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면 필패(必敗)의 결과를 얻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남 국회의원 2석에 경북 문경과 전북 전주의 기초의원 등 몇몇 지역에 국한된 작은 선거여서 비약으로 비칠 수 있지만, 시기적으로나 선거내용이 주는 의미는 결코 작지않다. 지난해 지방선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인 이번 보선 결과는 현 정부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 PK(경남)와 TK(경북)는 그렇다치더라도 전북전주에서 민주평화당에 진 것은 그들의 기반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노동운동이 강한 지역적 특성에 진보진영 단일후보라는 방패막을 내세워 제1야당에 대항한 경남 창원의 결과는 참혹한 수준이다.

원전업체 등 산업체가 밀집돼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예상됐던 이곳에, 집권여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은 민심에 의한 심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잘못된 정책까지도 '무오류'를 주장하는 아집과 인사청문회 등 최근 연이은 헛발질에 민심이 돌아섰음을 인정해야 한다. 선거 막판 무리한 발언 등 너무 많이 나가 전승의 기회를 놓친 한국당은 약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실정(失政)에 대한 반사이익을 제대로 못 살렸다. 여당의 자충수가 계속되는 가운데 텃밭이라는 곳에서 거둔 성적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노회찬'을 내세우기에 급급했던 정의당은 지난 총선때보다 득표율이 5%p 이상 줄어든 것에 주목해야 한다. 보수결집의 영향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야당으로서 여당에 대한 견제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못한 가운데 민주당의 '촛불'처럼 과거에만 매달려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지도부 총출동에도 지난 총선 득표율의 절반에도 못미치면서 '보수세력의 대안'으로 인정받는데 실패한 바른미래당은 새길을 모색해야 할 처지다. 되풀이되는 내홍도 문제지만 새로운 비전 대신 예전의 명성에 기댄 선거전략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번 보선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가장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는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심리다. 직접 나선 선거도, 우회적으로 치른 경합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적진이라던 곳도, 텃밭이었던 곳도 같은 결과였다. 여당의 처참한 패배로 진행된 보궐선거 당일 청와대에서는 경제계 원로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언을 쏟아냈다. 시중 여론과 별 차이가 없는 그들의 직언에 문 대통령은 "좋은 시사점을 줬다"며 귀를 기울였지만 정책 전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혹여 위기도, 경고도 한쪽 귀로 흘려듣는 것은 아닌지, 선거 결과가 나온 뒤에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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