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부서 벽 허물고 '한 공간'에… 소통·협업의 장 마련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청주시가 대기업을 따라하는 '카피캣(Copycat·모방자)'을 자임하고 있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장점을 살리고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자치행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자체의 기업 모방은 주로 사무 공간 배치와 인사 등에서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청주시가 도입한 공유좌석제(지정석 폐지)에 대해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기업 모방한 '공유좌석제' 정착될까?

청주시의 공간혁신은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은 사무공간을 공유좌석제로 전환해 스탠딩 데스크와 라커룸, 휴게실, 프로젝트 존, 협업 존, 회의실, 소통 존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SK그룹은 몇몇 사옥을 '공유오피스' 형태로 전환했다.

청주시는 8일 오전 10시 기존 시청사 본관 3층의 3개 부서(도시재생기획단, 정책기획과, 행정지원과)의 공간을 하나의 사무실로 통합하고 공유좌석 시스템을 도입한 공유오피스 '비채나움(비우고 채우고 나눠 새로움이 움트는 곳·본관 3층을 비채나움으로 명명)'열림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범덕 청주시장, 남일현 위원장을 비롯한 행정문화위원회 의원, 기존 3층 3개부서 직원 70여 명과 공간혁신의 모티브를 제공한 SK하이닉스의 이일우 경영지원실장이 함께 했다.

행사는 현판 제막식을 시작으로 한 시장의 공유좌석체험, 공간혁신의 과정을 담은 기록영상과 직원들이 직접 제작한 상황극 시청으로 진행됐다.

시는 통합 시청사 건립과 관련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기능을 중심으로 시청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간철학의 방침 아래 지난해부터 공간혁신을 추진해왔다. 본관 3층을 향후 시청사의 모델이 될 공간혁신의 테스트베드(시험공간)로 지정하고 3개 부서가 사무실 공간을 공유하는 공유오피스를 구축했다. 지난 1일부터 일주일간 시범 운영에 돌입했다.
 

◆3개 부서의 벽 허물어 '한 공간'...업무향상 제고

3개 부서의 벽을 허물고 한 공간으로 트면서 기존 직급 중심의 T자형 자리배치 대신 개인 간 칸막이를 허물고 고정좌석을 없앴다. 모든 자리에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개방형 공유좌석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직원들과 비예측적인 조우 및 소통을 경험하고 일상의 익숙함을 경계함으로써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혁신적 업무환경이 마련됐다. 또 부서장들이 사무실에서 점유하던 공간을 회의실과 미팅룸, 커뮤니티라운지 등 직원들의 공용공간으로 마련해 공간효율성을 높이고 직원들의 업무환경도 한층 쾌적해졌다. 전화가 오면 독립공간으로 마련된 폰부스에서 통화를 할 수 있고 혼자 조용히 집중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사무실 한쪽 편에 마련된 집중 업무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밖에 창가 쪽에는 바(Bar)형 데스크,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모션데스크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업무활동이 가능한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공간 환경의 변화에 맞게 직원들의 업무방식도 달라졌다. 더 이상 책상 위에서 프린터는 찾아볼 수 없다. 공용OA룸을 따로 마련해 클라우드 컴퓨팅·프린팅을 통해 출력이 가능해졌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또 회의실 스마트보드 등을 활용한 '종이 없는 사무실'을 구현해 지시와 보고 형식의 근무형태에서 토론과 회의 문화로의 조직문화를 개선했다.

소유개념의 전용좌석 대신 공유좌석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책상 한 편을 점령하던 각종 지침과 개인 물품들이 자연스럽게 최소화됐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시청사 본관 3층의 공간혁신은 모든 이가 바라보는 시험장으로 타 지자체에 모범이 될 만한 혁신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똑똑한 업무환경으로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까지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간혁신을 통한 신바람 나는 근무환경이 행정서비스 혁신과 시민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국내 대기업 중 최초 도입..."소통·협업 분위기 조성"

이처럼 청주시의 공간혁신은 SK그룹에서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특히 SK그룹은 사무공간에서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도 추구하고 있다. 사무실의 지정 좌석과 칸막이를 없애 자유로운 업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본사 서린빌딩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올 하반기 공사를 완료하는 서린빌딩은 임원을 제외한 팀장급 이하 전 직원이 지정좌석 없이 자유롭게 자리를 선택해 앉을 수 있는 개방형 오피스로 탈바꿈된다. 이처럼 본사 건물에 통째로 '공유오피스' 개념을 도입한 것은 SK그룹이 국내 대기업 중 최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등의 주요 계열사들도 '공유 좌석제'로 리모델링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 12월 경기도 이천 본사 일부 부서에 공유좌석제를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미래기술연구원, D램 개발사업 등 다른 부서로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SK㈜ C&C도 지난해 5월 분당 사옥의 4개 층에 공유좌석제를 시행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 2월 13일 '5G 스마트 오피스'도 공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5G 스마트 오피스는 5G통신사의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ICT 기술을 접목시킨 게 특징이다. 임원실과 고정석, 케이블, 칸막이 등을 없애 개인이 점유하는 것을 줄이고 다수가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꾸려졌다.

이상률 청주시 정책기획과장은 "9급 주무관부터 5급 과장까지 직급 구분 없이 출근하는 대로 근무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해 일하게 된다"면서 "서열을 중시하는 딱딱한 공직사회에서 직급별 '지정좌석'을 폐지하는 파격적 시도다. 이번 공유좌석제가 정착되면 원활한 의사소통과 함께 창의적 행정력이 높아지고 수평적 의사결정이 확대돼 업무능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공간혁신 성과에 따라 향후 건립하는 새 시청사에도 이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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