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연구개발·기술혁신 목표… 오송과 상생 꿈꾼다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지난 2015년 창업한 에이치앤비나인은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 본사를 둔 바이오 연구개발 기업이다. 나노파이버 항노화 및 항암 펩타이드 개발, 줄기세포 유래 기능성 소재 및 치료제 연구 등에 주력하고 있는 에이치앤비나인은 우리나라 차세대 바이오 R&D기업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탄탄한 연구역량

유재덕 에이치앤비나인 대표가 청주시 오송읍 연구실에서 R&D기업의 가치를 설명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유재덕 에이치앤비나인 대표가 청주시 오송읍 연구실에서 R&D기업의 가치를 설명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신동빈

청주 청석고등학교를 졸업한 유재덕 에이치앤비나인 대표는 이후 고려대 생명과학학부에 진학하며 바이오 분야에 첫 발을 디딘다. 그러나 도전정신이 넘쳤던 그는 졸업 후 다국적 은행에 입사해 사회경험을 쌓는가 하면 돌연 호주로 유학, 로스쿨 석사과정을 마치고 국내 한 대학 교수로 임용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은행을 다니던 시절 꽤나 높은 고액연봉자였어요. 그래서 대학 때 함께 했던 동료·선후배들과 만나면 대부분 제가 밥을 샀는데 메뉴가 항상 소고기였어요. 물론 밥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대학 석·박사 과정을 치르는 지인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했죠. 이후 이분들이 우리 기업연구의 핵심인재가 됍니다"

'꽃등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했던 유 대표의 이런 성격은 이후 큰 자산으로 돌아온다.

"한국에 들어와 처음 만난 분이 심홍보 부사장님이셨어요. 화장품 연구개발 쪽에서는 국내 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훌륭한 분인데 이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구체적인 기업구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 대학시절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바이오 등 각 분야 인재로 성장해 있어 기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에이치앤비나인은 지난해 심홍보 부사장을 비롯해 김재환 박사(전 서울대 의학연구원 연구교수·MD Anderson 암센터 연구원), 김봉우 박사(고려대 연구교수), 임지헌 박사(전 삼성의료원 줄기세포 재생의학 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영입해 연구개발 기업으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대학 때부터 쌓아왔던 인연 덕분에 국내외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는 박사님들을 에이치앤비나인으로 모실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 기술교류 형식으로 공동개발을 해오던 과제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하면서 빠르면 2~3년 안에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올해 코넥스 상장 실질심사를 준비 중인 유재덕 대표는 이후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의 로드맵을 그리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선순환 재투자 구조 확립

기업 영상 회의모습. /에이치앤비나인 제공
기업 영상 회의모습. /에이치앤비나인 제공

"R&D 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책과제를 따내서 연구비를 지원받으면 고정비용(인건비·연구시설 투자금 등)이 발생하는데 그 사업이 종료되고 또 다른 사업을 따내지 못하면 인건비 부담 등으로 함께 일하던 동료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사람을 버릴 수 없으니 투자를 받던 빚을 지던 해야 되는데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연구개발 기업은 결국 문을 닫게 됩니다"

연구개발 재투자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던 유 대표는 화장품 분야에서 수익을 내고자 결심하고 그 길로 해외 출장에 나선다.

"2년 넘게 해외를 다니면서 국내에 런칭시킬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찾아다녔어요. 발품을 팔며 접촉하다보니 다행히 몇몇 기업과 협의가 이뤄졌고 해당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유권을 에이치앤비나인에서 갖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유 대표의 이러한 노력은 매출신장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스위스 화장품 업체인 호메타(HOMETA)와 사업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외브랜드를 유통하는 것 뿐 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바이오 아이템을 제품화하는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효능·임상실험이 필요한 분야는 그에 따른 진행도 도맡아 합니다. 기업 노하우를 통한 이런 부분은 단순히 수익창출이 목적은 아니지만 지난해 기준 26종의 컨설팅·신규개발 납품을 진행했습니다"

설립 당시(2015년 2월)에도 연매출 1억8천만원으로 시작한 에이치앤비나인은 유 대표의 이러한 노력으로 연간 300% 이상의 매출신장을 기록, 지난해에는 6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에이치앤비나인의 최우선 기업가치는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수익 대부분을 연구시설 확충과 인건비 등에 재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기술혁신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오송의 가치

2018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 참가한 에이치앤비나인. /에이치앤비나인 제공
2018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에 참가한 에이치앤비나인. /에이치앤비나인 제공

"충북 오송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주요 지역입니다. 특히 바이오 관련 사업 확장에 있어 혜택이 많습니다. 공장설립 등에 대한 지원은 타 지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갖춰지지 않은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부족하다고 판단됩니다"

외국 사례를 볼 때 R&D기업의 경우 정책공공자금이 혁신기술 개발을 통한 기업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되는데 충북의 경우 이러한 분야에서 너무 행정편의 위주로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지자체 공무원을 만나보면 기업의 기술력을 판단하는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개발 기업임에도 1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으려면 재무제표나 담보가 우선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 순수한 연구개발이 아닌 공공기관 연구과제에 매몰되거나 훌륭한 기술이 대기업 또는 외국기업이 헐값에 매각되기도 합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전문 정책자문기구를 통한 투자협약이 진행되는 것과는 상반된다는 것이 유 대표의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바이오 분야 세계 8~9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연구개발을 위한 이상적인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영원한 8~9위 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될 것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한 충북 오송이 이러한 맹점을 빨리 파악해 극복해 나갔으면 좋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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