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인석 국장겸 괴산·음성담당

지난해 11월 8일 시작된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89명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산불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완전 진화되는데 17일이 걸렸으며 가옥과 건물 1만 4천여채가 불에 타고 산림 피해면적도 6만2천53㏊를 태웠다. 100년래 단일 산불사건으로 가장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기록했다. 산불은 겨울의 건조한 기후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캘리포니아 전역으로 순식간에 확산됐다. 화마가 스치고 지나간 곳에는 유명 부자들이나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의 별장이 수두룩 했으나 이들의 별장들도 통채로 잿더미가 됐다. 캘리포니아주의 전력회사인 PG&E는 산불 원인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 결국 105억 달러(약 11조 8천억 원)의 배상금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난 4일 오후 7시쯤 강원도 고성의 한 야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대원 78명을 투입, 진화에 나섰으나 강풍 탓에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오후 9시 30분쯤 산불은 강풍을 타고 고성군내로 확산, 소방청은 전국에 소방차 지원을 요청했으며 오후 9시 44분에는 화재 대응 수준을 전국적 재난 수준인 3단계로 격상시켰다. 국내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이번 산불은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재군 등 5개 시·군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이들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서둘러 피해 복구에 나섰다. 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그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7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잠정 집계한 주택과 시설물 피해 총 1천886곳이다. 불에 탄 주택은 401채이며 창고, 관광세트장, 건물, 차량 피해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여기에 축산시설 925곳, 농업시설 34곳, 공공시설 68곳의 피해가 추가됐다. 그밖에 비닐하우스 9동, 오토캠핑리조트 46동, 동해휴게소 1동, 컨테이너 1동, 농업기계 241대, 부속건물 등 기타시설 66곳 등이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산림 피해 면적은 530ha다. 이번 산불로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한 지역주민은 722명이다.

서인석 국장겸 괴산·음성주재
서인석 국장겸 괴산·음성주재

이번 강원도 고성 산불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과 비슷한 점이 많다. 건조한 강풍 때문에 순식간에 불길이 번졌으며 낮은 습도에 강풍까지 더해져 평범한 수준의 산불이 아주 심하게 확산된 것이다. 동고서저의 지형으로, 양간지풍 같은 고온 건조한 바람이 산맥을 따라 내려오면서 강풍으로 변해 산불을 빠르게 확산시킨 것이다.

지난 8일 충북 보은과 음성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 0.8㏊㎢와 0.1㏊를 태우고 진화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충북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145.2㏊의 산림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축구장(714㎡) 203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우리나라 산불 10건 중 9건 이상이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담뱃불 실화, 성묘객 실화, 건축물 화재, 기타 등 부주의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산불은 1~3월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봄철에는 수분이 빠져 바짝 마른 낙엽과 나무가 '장작'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건조한 날씨 속에서 작은 불씨만 날려도 발화되기 쉬우며 산불이 확산되는 속도도 빠르다. 도민들이 불씨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도내 기초단체들도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잇달아 발생하자 '산불방지 경계태세'를 점검하고 산불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과 홍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