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거리를 거닐다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상가업종 중에 하나가 커피전문점이다. 점심식사후 삼삼오오의 직장인들이 매장 안에서나 거리에서 1회용 컵에 든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익숙해 진지 오래다.

그런데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종이컵이 작년말 기준 1년에 7억 개가 넘었다고 한다. 그 사용량은 매년 20~30%씩 급증해, 지난 2017년 6억7천만개에서 1년새 7억개로 늘어났다. 게다가 이 숫자는 통계청 조사여서 실제 1회용 컵 사용 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바쁜 현대인에게 사용이 편리하고 간편한 1회용품은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한 '편리함의 대명사'가 됐다. 아기가 엄마의 품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만나는 일회용 종이기저귀부터 장례식장의 1회용 컵, 수저, 접시 및 그릇까지 1회용품은 사람의 인생처럼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가는 동반자가 돼 버렸다.

특성상 한번 쓰고 버리기 때문에 자원을 쉽게 낭비할 뿐만 아니라 2016년 생활폐기물 배출량(5만3천772톤)이 7년 전보다 약 5천만톤이나 증가할 정도로 수요가 늘어났다. 그중 100년 간 썩지 않고, 토양의 심각한 오염을 초래하는 1회용품 폐기물의 양은 전체의 40%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게다가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고 소각할 때 유해가스까지 발생한다. 매립해 분해되는 데에도 비닐봉투는 10년, 종이컵은 20년, 일회용기저귀와 칫솔은 100년, 알루미늄캔은 5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부터 휴게음식점의 1회용 컵, 대규모 유통매장의 1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 등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고 있으나 사용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얼마전부터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대형 슈퍼마켓 등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본격 금지됐다. 위반시에는 무려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신상철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이것 뿐만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제주와 호주 등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명사인 플라스틱 쓰레기는 쉽게 형태를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의 제품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1868년 탄생한 플라스틱은 '형태를 알맞게 빚을 수 있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됐다. 싸고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의 출현은 '인간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든 수많은 생활용품은 비단 인간의 생활뿐 아니라 동식물의 생태계까지 파고 들었다. 먹이사슬을 따라 인체에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가 몇백년 살지 않는다고 책임 회피한 건 아닌지 깊이 고민해 볼 공통의 문제인 것이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많지만 이번 정책은 의미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더욱 조밀한 세부 규정을 추가적으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수납용품을 가져가서 구매할 수 있는 법·제도의 시행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의 실천과 참여가 있어야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비록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국가 재활용 시스템을 혁신하고 나아가 소비문화를 개선해 버려지는 자원이 없도록 절약과 재활용을 생활화 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

#기고 #신상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