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요즘 악수는 모든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인사법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도 악수를 하게 된다.

예전에 난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아마도 성격 탓일 것이다. 어릴 적 무척 내성적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놀 때에는 정말 잘 논다는 것이다. 가끔은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 헷갈릴 때도 있다.

학창 시절 장기자랑 같은 것을 할 때면 평소 얌전하던 나는 온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앙코르라도 나오면 영혼까지 탈탈 털어 옴팡지게 놀았다. 그리고 다시 제 자리로 들어갈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하게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런 나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거나 악수를 할 때면 얌전과에 속하다는 것이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아주 가끔 이런 얌전과가 싫어 먼저 손을 내밀어 볼 때도 있지만 많이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날은 내 손이 내 손이 아닌 것 같다. 손을 한참 바라보며 학창시절 좀 노는 순간의 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난 악수를 하면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이라고 할까, 하여튼 느낌이 있다. 실제로 손을 잡는 모양이나 강도 등으로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으니 내 느낌이 틀린 것은 아닌 듯싶다.

첫 동시집을 낼 때였다. 한 문예기금 신청을 하려고 했지만 워낙 자신이 없어 망설였다. 점점 작아지던 내게 최 선생님은 "자네가 아니면 누가 선정되겠어"라며 손을 내밀어 내 손을 덥석 잡아 주었다. 그리곤 힘을 꽉 주어 세계 흔들었다. 순간 손을 통한 믿음이 내 마음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해 악수의 힘을 받은 덕인지 기금을 받아 동시집을 출간했다.

또 한 번은 초등학교 2학기 글쓰기 수업이 끝날 때였다. 마침 6학년 학생들은 졸업을 하면 못 볼 수도 있겠다 싶어 편지를 주며 악수를 했다. 한 명 한 명 그동안의 고마움을 전하며 멋진 중학생이 되라고 했다. 잠깐의 악수였지만 지금도 따듯함이 살아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또 한번은 작가 초대를 받아 한 초등학교에 갈 때였다. 작가와의 만남이 끝날 때 두 명의 학생이 쭈뼛쭈뼛 거리고 있었다. 선생님은 왜 그러냐며 얼른 교실로 가라고 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작가님과 악수를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나는 얼른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얼굴은 잊었지만 진솔한 눈빛과 손의 느낌은 기억난다. 그 학생은 내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전해 주었다.

그 악수로 인해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구나, 다짐했다. 어쩜 그 악수는 더 나를 성장시키는 응원이자 선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악수는 기원 전 5세기 그리스의 묘비에 새겨진 그림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래된 인류의 습관이라고 한다. 또한 잉글랜드에서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악수를 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며 악수를 나눌 것이다. 그 악수를 통해 일에 있어 첫 관계의 시작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든든한 동료이자 선배인자 친구 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악수는 그냥 습관이 아닌 따듯한 눈빛과 마음을 담뿍 담는 것은 어떨까 싶다. 한 순간의 짧은 악수는 그 누군가에겐 봄꽃 같은 날로 오래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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