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지효 문화부장

"문화가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지난해 피아노 프로젝트를 계기로 삶의 의욕도 생기고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을 알려주니 너무 좋고, 아이들도 잘 따라주니 보람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재능기부 등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미네랄 파우더' 회원이 지난해 한 말이다.

'미네랄 파우더'는 2017년 청주노인종합복지관 미술반 어르신들이 중심이 돼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동아리다. 최저 나이 70세, 최고 나이 84세의 실버 할머니들 10여명이 기초적인 초상화부터 시작해 미술교육을 받아왔고, 올해는 3·1운동 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독립 100주년 기념 평화통일 기원 작품 전시회'까지 열기도 했다.

사실 이 할머니들은 복지관에서 처음 미술을 접한 것이지만 이제는 어디 내놓아도 실력으로 뒤지지 않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에는 미술에 대한 동경이 있는 사람도 있었고, 미술에 대한 미련이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생활속에서 접하고 느낀 것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기획하고 의미있는 작품까지 내놓는다.

그리고 학교 현장체험학습 일일교사로 변신해 할머니들이 잘할 수 있는 코바늘로 코사지 만들기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이들은 본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며 생활속에서 문화예술을 실천하고 꽃피우는 새로운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다.

미네랄 파우더의 새로운 인생2막은 할머니들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 조성연 작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화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 표현하고 함께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네랄 파우더'가 운영되는 것처럼 그들을 이끌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해주는 작가도 필요하고 그들이 함께 나눌 공간도 필요하다.

생활이 예술로, 일상이 예술로 꽃피기 위해 문화재단 등에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생애주기별 문화예술이 활성화 되지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과 눈높이 교육이 필요하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지효 문화부장.

현대인들은 대부분이 문화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문화소외자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즐기는지, 어떤걸 즐겨야 할지 모르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기 때문이다.

작가들도 본인의 울타리에서만 갇혀 있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산해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도 자신이 관심 있었던 분야에 문을 두드려 각자에게 맞는 문화를 즐길 필요가 있다.

52세에 늦깍이 기타리스트로 변신해 책까지 발간한 한 기자도, 그의 생활과 결부해 결국 단순한 기타 교본이 아닌 필자의 통찰력을 통해 어떤 기타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롭고 값진 글들을 선사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다만 용기를 내지 못할 뿐. 우리 모두 용기를 내서 생활속에서 꽃피운 문화예술로 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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