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가 합체되니 거대 로봇군단이 짜잔~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한두 번 정도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이런 기회로 인해 인생 자체가 송두리째 바뀌기도 한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사업에 종사하다가 세계적인 정크아트 작가가 된 오대호(64) 작가.

그는 뜻하지 않게 자신의 인생에 찾아온 터닝포인트를 능동적으로 잘 받아들여 성공한 삶을 살고있는 행운아다.

충주시 앙성면에 있는 한 폐교에 둥지를 틀고 정크아트 테마파크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오대호 작가를 만나 그의 인생과 예술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다. / 편집자

충주시 앙성면 가곡로 1434번지 옛 능암초등학교를 지나가다 보면 멀리서도 운동장 한가운데 서있는 대형 로봇들이 눈에 들어온다.

학교 운동장에 대형 로봇이 서있는 모습에 놀란 사람들은 좀더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본 뒤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폐교된 운동장을 가득 메운 멋진 로봇들이 볼품없는 폐품조각과 쓰레기, 잡동사니 등으로 만들어진 정크아트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작품들은 우리나라 제 1호 정크아티스트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오대호 작가의 작품들이다.

정크아트는 쓰레기와 폐품, 잡동사니를 의미하는 '정크'와 예술(아트)의 합성어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활용한 예술작품을 이르는 말이다.

1950년대 이후 서양의 가난한 작가들이 버려진 쓰레기의 잔해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대호 작가가 정크아티스트가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에서 비롯됐다.

그는 스스로 "정크아트를 하기 전에는 미술의 '미' 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정크아트에 입문하기 이전까지는 음성군 삼성면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자동화공장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업가였다.

그는 폐비닐을 수거해 녹인 뒤 플라스틱 계란판을 만드는 기계를 개발, 독점생산하면서 한 때 호황을 누렸지만 정부가 종이계란판을 권장하면서 90년대 후반에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어 결국 공장을 정리했다.

마땅히 하는 일이 없어진 그는 무료하게 낚시질로 소일하다가 우연히 펼쳐든 잡지에서 거대하고 낯선 조형물의 사진을 접하게 된다.

'스텔라' 라는 작가의 정크아트 작품이었다.

한장의 사진을 통해 가슴에 큰 울림을 받은 그는 무작정 정크아트에 뛰어들었다.

정크아트가 전혀 생소한 부문이었지만 오랜 기간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일에 종사했던 그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바로 음성군 생극면에 빈 창고를 임대해 작업실을 마련하고 1t트럭을 구입해 고물상과 폐차장, 농기계 수리장 등을 뒤지고 다녔다.

작품의 소재가 될 만한 폐품이나 잡동사니들을 닥치는대로 수집했다.

정크아트 작업실에는 여느 미술작가들의 작업실과는 달리 용접기와 각종 프레스, 절단기, 프리즈마는 물론, 집게차 등 대형 장비까지 구비돼 마치 공장을 연상케 한다.

볼품없는 폐품들도 거쳐 그의 손에서 힘겨운 작업과정을 거치면 멋지고 감동적인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오랜 기간 작품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쓸모없이 굴러다니는 폐품이나 잡동사니만 봐도 어떤 작품으로 만들 것인지 바로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다.

이전까지 미술에 관심조차 없었던 오 작가는 정크아트를 시작하면서 내면에 잠재돼 있던 미술적 천재성과 감각이 깨어났다.

미술평론가들은 오대호 작가에 대해 "제도권에서 배우지 않았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독창적인 예술가"라고 평가한다.

그의 작품을 직접 본 사람들이 감탄하고 입을 모아 찬사를 보내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4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국제 마임페스티벌에서 그의 작품이 전시된 후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의 자치단체와 각 축제 주최 측에서 전시회 러브콜이 이어졌다.

정크아트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오 작가는 청남대에서 6년 동안이나 예술체험학교를 운영했으며 보은과 제주도에서도 펀파크를 개관해 운영했다.

그동안 전시회에 참여한 것만도 '국제 로봇자동화전 초대전'과 '롯데월드 갤러리 정크아트 기획전', '블루닷 아시아전' 등 50여 회가 넘는다.

세계적으로도 오대호 작가 만큼,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정크아티스트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스팅펑크전'에서는 그가 출품한 9개의 대형 로봇작품이 완판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그의 예술성이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는 것이다.

오 작가가 석좌교수로 있는 유원대학교 아산캠퍼스에도 그의 작품 6개가 설치돼 있다.

그는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2006년 정크아트(주)를 설립했다.

이 회사를 거쳐 정크아트에 입문한 제자들만도 50여 명이나 되며 현재 활동 중인 국내 정크아트 작가들은 거의 대부분이 오 작가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 봐도 무방하다.

오대호 작가는 지난해 충주시와 국내 유일의 아트로봇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위해 충주에 둥지를 틀었다.

정크아트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가 충주에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2007년 폐교된 앙성면 옛 능암초 부지를 임대, 4억여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충주 오대호 아트팩토리'를 개관하기로 했다.

다음달 3일 개관 예정인 이곳에는 1만8천786㎡ 규모의 공간에 정크로봇을 비롯한 정크아트작품 1천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정크아트(주)는 이곳에 예술카페와 창작작업실, 실내 및 야외 갤러리, 체험학습장, 이벤트 존 등을 조성하고 기술중심의 지능로봇과 차별화된 감성을 접목한 정크아트로봇으로 새로운 관광체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정크아트와 리사이클링아트, 에코아트 작품을 주제로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심의 가족단위, 중·소규모 단체 대응 예술체험학교 및 창작갤러리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오 작가는 음성에 있는 자신의 개인작업실도 아예 충주로 옮겨 본격적인 예술혼을 불사르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오대호 작가는 "충주 오대호 아트팩토리에서 작품 관람과 체험학습 등을 통해 정크아트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문이라는 점을 알리도록 하겠다"며 "개인적으로는 좀 더 작품성을 높이는데 매진해 정크아트 부문에서 큰 획을 긋는 인물로 남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