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우리의 농경시대에는 주생계수단인 농사가 잘 되길 기원하면서 온 백성들이 일철로 접어드는 봄부터 계절별로 조상의 넋을 불러 모시고 감사를 올리며 새로운 각오의 다짐을 드리고 음덕을 기리는 날을 정하여 봄의 한식과 여름의 단오, 가을의 추석과 겨울의 설을 명절로 지켜오다가 산업사회로 옮겨가면서 한식과 단오는 새로운 문화에 밀려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

그중 한식에는 충효청백과 열의애국지사의 넋을 기리기 위한 사당과 정려, 충렬문과 비각, 기념관과 생가유적 등에서 매년 다양한 행사를 열어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대대로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정성을 다해오고 있다.

조상님께 의존하는 마음이 상대적으로 컸기에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 일에 자신의 땀과 정성을 더하려고 노력하면서 그 까닭이 조상님들을 잘못 모신 탓으로 돌리기도 하여 더 잘 모시려고 산소에 개사초를 하거나 제사를 성대하게 올리고 심지어는 면례(緬禮)까지 하면서 풍년농사를 기원해왔음을 숨길 수가 없다. 그게 한 해의 시작인 봄철의 한식명절에 하는 일이다.

각 문중에서는 기제사를 비롯해서 매년 적어도 3~5차례의 제사를 드리면서 감사와 존경, 새로운 약속과 결의로 숭조의 예를 다하고 있다. 연시제의 설과 봄에 드리는 단잔의 한식성묘, 추수감사의 추석절제사와 가을에 먼 윗대 산소에서 드리는 시향제, 안 드린 지 오래 된 묘제와 사시제(四時祭)도 찾아서 올리기도 한다. 조상님이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가장 유능한 해결사(?)였으리라.

이젠 평소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받드는 단체나 개인이 현장을 찾아 추모의 예를 드리는 것으로 발전하여 추모인파가 점점 많아지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분들의 애국심이 후손들에게 잘 전해지고 있음으로 이해가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금년의 한식일은 주말과 연결되어 집안 어른들과 함께 뵌 적도 없는 가깝고 먼 조상의 산소를 찾느라 전국의 도로가 성묘차량으로 가득 찬 모습에서 천만년을 두고 이어갈 우리의 미래가 온고지신으로 훤히 내다보이는 것 같아 여간 반갑지 않다.

봄바람이 심한 청명절을 전후하여 전국에서 불의의 대형 산불 발생으로 유례없는 인적 물적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의 아픔과 수백 년 된 역사의 손실에 애달파하는 이들의 비통함에 삼가 위로의 말을 전한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지난날 식목일과 연결된 한식철만 되면 성묘객의 부주의로 많이 발생했던 산불이 이젠 한식절의 유래와 의미대로 한식(寒食)으로 제물을 준비해서인지 성묘 시 불을 사용하지 않고 있음도 조상의 음덕이라면 고마운 일이리라.

보이지도 않고 의식도 없는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무릎 꿇고 절하며 염원하거나 애걸복걸하는 것이 정성 드려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각오와 다짐의 약속임을 이젠 다 안다.그러기에 정말로 소망한 대로 일이 잘 이루어지면 그것은 자신과의 악속을 잘 실천하기 위해 소망을 향한 피땀 어린 노력에 열과 성을 다하는 후손의 정성스런 모습을 지켜보며 뜻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조상님의 간절한 마음과의 조화(?)에서 비롯된 결정일 것이다.

정성이 부족하면 호박떡도 선단다. 조상을 위하는 지극한 정성으로 자신이 뜻하는 일에 간절한 소망을 담은 진국의 땀을 더하여 부디 크게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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