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추진 계획대로" vs "개발땐 도시숲 훼손"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이 최근 입주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월명공원의 민간공원개발을 재검토하고 산업용지로 개발해 달라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월명공원 일원. 청주산단 입주기업들이 월명공원 민간공원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청주산단 경쟁력 강화사업과의 연계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쟁력 강화사업에 포함시킬 경우 추가되는 개발 비용은 청주시가 부담해야 한다. / 김용수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이 최근 입주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월명공원의 민간공원개발을 재검토하고 산업용지로 개발해 달라는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월명공원 일원. 청주산단 입주기업들이 월명공원 민간공원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청주산단 경쟁력 강화사업과의 연계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쟁력 강화사업에 포함시킬 경우 추가되는 개발 비용은 청주시가 부담해야 한다. / 김용수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오는 2020년 7월 일몰제 시행으로 녹지나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20년 간 원래 목적대로 개발되지 않은 도시계획시설이 '일몰'을 맞으면서 토지 소유자들이 난개발을 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다.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공원일몰제에 따라 도심 허파가 사라진다며 청주시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시는 엄청난 비용 탓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을 매입해 개발하려면 토지 보상비와 공사비 등 2조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안을 해결할 대책으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해 집중 점검한다. / 편집자



◆'도시의 허파' 공원보전 방안 활력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일몰제 시행 전 민간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내 모든 사유지를 매입한 뒤 이 중 30% 이내에 주거·상업시설 등을 짓고 나머지 70% 이상을 도시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청주시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일몰제를 적용할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모두 68곳 11.157㎢이고 이 가운데 공원을 조성한 면적은 10%(1.013㎢) 정도다. 이들 공원을 모두 매입하려면 약 1조8천억원이 필요하다.

한 해 예산이 1조원 정도인 시로서는 일몰제 시한까지 이를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민간공원제안 개발사업은 의정부시 추동공원이 시작했다. 현재 1천561세대 민간아파트를 건설하고 70%는 공원개발이 진행 중이다. 의정부시는 과감한 선택을 했고 '도시의 허파'로 불리는 공원을 보전하기 위한 방안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현재 시도 잠두봉공원과 새적굴공원 등 민간개발공원사업을 추진해 1천900여 세대의 아파트를 조성하고 있다.

 

새적굴공원 조감도.<br>
새적굴공원 조감도.

◆지역시민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반대 확산

하지만 도시공원 민간개발 계획과 관련,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정의당 충북도당은 15일 "청주시와 한범덕 시장은 장·단기적 매입을 통한 도시공원 유지와 도시숲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들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충북도당은 "시민 건강을 위해 도시숲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해도 부족한 판국에 또 민간개발을 통해 그나마 유지된 도시숲을 파괴하는 것은 맘껏 숨 쉴 수 있는 청주 만들기 책임을 방기하고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충북도당과 충북 녹색당도 각각 자료를 내고 아파트 중심의 도시공원 민간계발 계획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충북시민대책위원회도 이날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범덕 시장은 도시공원을 지켜라"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해제 대응 방안으로 민간공원개발(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민·관 거버넌스 활동과 시민사회의 도시공원 보전 요구를 완전히 묵살한 발표"라며 시장을 비판했다.


◆"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민간개발 방식"

앞서 한범덕 청주시장은 지난 9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주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민·관거버넌스 최종 합의안과 공원조성대책을 발표했다.

한 시장은 "민간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잠두봉·새적굴·원봉·영운·월명·홍골공원 등 6곳은 민·관 거버넌스의 단일 합의안을 존중해 민간개발 추진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거버넌스가 복수안을 제시한 매봉공원은 비공원시설을 최소화하고, 구룡공원은 가용재원 범위에서 일부 매입하겠다"며 두 공원 역시 민간개발로 추진하되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시는 원칙적으로 일몰 대상 공원 전체에 대해서 거버넌스가 제시한 대응 기준을 수용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공원일몰제를 대응해 나가고, 그 일환으로 민간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잠두봉공원 등 6개 공원에 대해서는 거버넌스의 의견을 존중해 단일 합의안을 반영·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시는 매봉공원의 경우 민간개발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매봉공원은 지난해 5월 사업 시행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교통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사업 시행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 협약 파기 또는 변경 없이는 거버넌스가 제시한 안을 추진할 수 없다.

시가 일방적으로 이미 체결한 협약을 파기·변경할 경우 행정소송 피소 및 민사 상 손해배상의 책임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거버넌스 의견을 사업 시행자에게 제안해 동의할 경우 비공원시설인 공동주택을 축소하고 공원시설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구룡공원은 거버넌스가 제시한 6개의 안 중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인 생태·환경 중요 지역을 일부 시가 매입하고, 나머지는 민간개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시가 매입할 토지의 규모와 위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부서 검토 후 매입에 나서고, 민간개발에 대해서는 이달 중에 사업 시행을 공모해 6월 사업 시행자 선정 후 일몰 도래 전인 내년 6월까지 사업인가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 시장은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고 있는 구룡공원 등 8개 공원에 대해 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민간개발 방식일 수밖에 없었고, 잃어버릴 수도 있는 70%이상의 녹지라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비공원시설을 줄여 녹지가 최대한 확보될 수 있는 방향으로 민간개발을 추진해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쾌적한 공원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도시 숲 보전'이라는 대원칙하에 도시공원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골 조감도.<br>
홍골 조감도.

◆"주민들 권리보장, 민간개발 환영"

이와 관련, 수곡동 주민들과 매봉산공원민간개발촉구수곡2동대책위원회는 매봉공원 민간개발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수곡2동대책위는 "한 시장의 매봉공원 민간개발 추진 확정 발표를 수곡2동민과 함께 열렬히 환영한다"라며 "사업시행사 동의 없이 민·관 거버넌스 안을 추진하면 시는 법정분쟁에 휘말리고 주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 주민들은 "공론화는 정책결정에 참고적이지 절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개발과 보존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위해선 토끼 굴에 들어가야 한다. 지역주민과 개인소유자, 시민·환경단체, 시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풀어 나가는 길만 남았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은 녹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녹지를 시민들 품에 안겨주는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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