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3월엔 급여가 조금 더 나왔다. 지난 해 연말정산 후 환급된 금액 때문이다. 내 환급금의 대부분은 기부금에서 나온다. 매달 정기 후원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별다른 공제 내역이 없어도 제법 세금을 돌려받는다. 후원금 덕분이다. 물론 기부기관에 따라 공제율이 달라지기는 하나 기부금 덕에 세금을 돌려받는 건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 올해도 두 곳을 늘렸으니 올 연말에는 작년 보다 조금 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처음 기부를 결정할 때 이런 세제 혜택을 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기부가 쌓이면서 자연스레 연말정산과 연결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은 새로운 기부를 결정할 때 세제혜택을 보겠구나 자연스레 생각이 든다. 무언가 바라고 하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리기도 하지만 돌려받은 세금을 다시 기부로 돌려주며 소심한 위로를 하고 있다. 이건 이기적인 걸까.

기부 활성화 차원에서 세제혜택도 주어지는 것이므로 그 정도에 도덕과 윤리를 꺼낼 일도 아닌 듯하다. 그래도 여전히 기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것을 사회복지사로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더구나 강원도 산불로 국민적 아픔을 나누는 속에 큰 금액을 기부하고도 지탄을 받는 아이유의 논란은 마음에 걸린다. 산불 피해자가 대부분 노인인데 아동중심 서비스 기관에 기부를 한 것이 왈가왈부 되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어린이재단 후원자로서 감히 말하자면 기부를 받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어린이'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크게는 지역사회복지를 실천하는 곳이다. 설사 어린이에게만 서비스가 제공된다 해도 지정 기부된 금액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강원산불 피해자 분들에게 쓰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출할 수 있는 신뢰 있는 기관이다.

기부를 받는 기관의 명칭이 유명 연예인에 대한 비난과 맞닿을 수 있다는 것은 생경한 경험이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설사 아이유가 기부를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해도 그것이 이런 비난을 받을 일인가. 내가 기부를 하면서 세제혜택을 바라는 마음과 다른가. 금액은 다르지만 기부가 가지는 가치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자원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복지 실천은 고도의 윤리적 기준을 적용받는다. 공공재원이 사업의 바탕이 되고 민간의 기부나 후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어린이재단을 포함해 공동모금회 등 대부분의 기부를 받는 기관들은 기부금의 출처가 불확실하거나 불법적인 것은 기부를 받지 않는다. 무조건 기부를 받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사회가 가진 합리성이 모금과 배분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기부금 사용처에서 조금이라도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되면 바로 환수 조치하거나 패널티를 부여한다. 이미 익숙해진 우리들은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직 이런 일에 신뢰를 갖지 못하는 모양이다.

결국, 사회복지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올바른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더 이상 슬픈 사연을 들추거나 미약한 세제혜택만을 강조해서는 어렵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인식을 원망할 일도 아니다. 따지고 들면, 강원 산불 피해 어르신 중에는 조손가정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수상한 기부'라는 세간의 시선이 불편하게 읽힌다.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이 피해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낸 것이든 기부금이 바르게 사용될 것이라는 사회적 신뢰가 우선이다. 그래야 나도 믿고 돌려받은 세금을 다시 기부할 마음이 들 것이다. 기부의 선순환이 많은 곳에서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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