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천지역이 요즘 철도역(驛) 문제로 시끄럽다.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될 '강호축'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대상에 포함되면서 이 지역을 경유하는 역과 관련해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북도가 밝힌 노선에 봉양역이 포함된 반면 제천역이 빠진 것을 놓고 지역 주민간에 '패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조속한 시일내에 지역사회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거창하고 큰 일을 통해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제천이 작지만 의미있는 기회를 맞은 것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충북선철도 고속화 노선이 존재한다. 오송역에서 호남선과 연결되고 원주역으로 이어지는 이 노선은 강원과 호남을 잇는 강호축의 중심이 된다. 따라서 이 노선의 경유는 지역발전의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서제천의 새로운 거점을 요구하는 봉양역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제천역 모두 경유역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선과 경유역 결정은 효율성과 타당성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도에서 밝힌 노선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적극 나서 고쳐야 하며, 그 기준을 갖췄다면 아쉽더라도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제천역 경유를 요구하는 이들이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거세게 항의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지만 문제 제기 자체를 탓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적 사업이고, 추진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역여론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지역과 직결된 사안에 대한 입장 전달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큰 목소리로 거칠게 몰아붙인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논거를 찾아 가다듬고 지역에서부터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먼저였어야 한다.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주장을 지역의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논란이 시작되자마자 '하나라도 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여건이 안좋은 상황에서 어떤 요구를 하려면 지역이 하나로 뭉쳐야만 한다. 결론을 미리 예단하지말고 머리를 맞대 제천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집안싸움이 담장을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지역의 일에 앞장서야 할 제천시와 시의회가 전면에 나설 순서다. 지금처럼 양측이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며 논란이 지속된다면 지역내 분열과 갈등만 커지는 만큼 이를 서둘러 매듭지어야 한다. 안에서 풀어야 할 것을 밖에다 떠들면 집안망신을 자초할 뿐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이 제천으로서 꼭 나쁘지만은 않다. 위기는 곧 기회다. 어떻게 풀어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소지역간 이해가 충돌하고 입장이 엇갈리는 사안을 지역내에서 스스로 해결한다면 이 과정에서 시민의식은 성숙해지고, 지역은 한단계 발전할 것이다. 역사문화, 산업기반 만이 지역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앞서는 시민의식이 뒷받침된다면 앞으로 직면할지 모를 수많은 난관에도 제천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잔뜩 움추린 개구리가 멀리 뛰고, 숨을 가다듬은 뒤 내딛는 한 걸음이 힘찬 만큼 제천의 현명한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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