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봄이 오는 길목인 지난 3월의 끝자락에 제35회 전국사진공모전이 제천시민회관 제1,2 전시실에서 개최되었다. 무려 840점이 출품되어 35년의 공모전 역사와 함께 매우 뜻있는 전국사진 공모전이 되었다.

참으로 한점 한점 작품을 대할때마다 저절로 감탄사를 금할 수 없었다. 설명해 주시는 분에 의하면 작품을 위해 한곳을 수없이 달려가야 하고 어느 때는 일기가 맞지 않아 허전한 발걸음으로 돌아와야 하는 일들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다양한 모습에서 우리의 삶이 묻어 있는 진한 내음을 맡을 때 가슴이 저미어 옴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시선을 끄는 조수연 님 '노부부의 행복'에서 주름진 노부부였지만 진솔한 웃음과 순박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골이 패여진 얼굴은 분명 우리네 삶의 역사다. 여기에 희로애락이 숨어 있고 삶의 고뇌가 들어있다. 긴 하이얀 턱수염에서 세상을 초월한 유유자적한 삶을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박희윤 님 '생업'에서 농촌의 소죽 끊여 주는 모습을 보면서 불현 듯 어릴 때 농촌에서 살던 나의 일상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침 일어나 전날에 쓸어 놓았던 여물을 큰 가마솥에 넣고 불을 지펴 끓인 후 그것을 떠서 소에게 가져다 주었다. 그 당시에는 소가 우리네 삶의 밑천이었다. 소를 통해서 자녀들을 가르치고 생업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강영미 님 '님가시는 날'에서 상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움직일수 없었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웠던 60대에는 한끼의 밥을 해결하는 것이 어느때 보다도 중요한 일이었다. 지금도 옛날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어느날 아침 친구와 같이 가방을 메고 초등학교를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저만치서 상여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가던 학교길을 멈추고 상여 뒤를 따라가 장지에서 점심을 배불리 얻어 먹고 학교를 다녀온 것처럼 집에 갔던 적이 있었다.

한편 배규화 님 '다듬이질'은 어릴 때 어머님이 두손으로 다듬이 방망이를 들고 자연스럽게 아니 박자에 맞춘 듯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늦게 세게 약하게 다듬이질 하는 모습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얼마나 하셨으면 마치 눈을 감으시고 자연스럽게 하시는 것 같았다. 정겨움이 스며있는 다듬이질을 보니 돌아가신 어머님 모습이 그리워진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끝으로 서호준 님 '손도장' 역시 세대차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요즘에는 인장 대신 사인을 많이 하지만 우리때는 반드시 도장이 있어야 하기에 도장을 새기려면 일찍 가서 이름을 한글 또는 한자로 알려드리고 도장목을 선택하면 날렵한 칼로 도장 나무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킨 후 돌려가며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성을 다하여 한글자 한글자 새기시는 그 모습에서 작은 장인 정신을 엿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사진은 작가의 열정과 미적 감각이 순간 포착의 미학으로 표현된 창작예술이며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다. 아울러 여기에 걸맞게 작가가 사진으로 말하고 있는 사진을 제대로 읽어 내는 것 또한 감상하는 우리네 몫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렇다. 한 장 한장의 사진은 우리네 인생의 희노애락을 들려주고 풍성한 감성을 일깨워 줄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을 좀더 풍요롭고 여유롭게 해 주는 삶의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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