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무상교육이 올해 2학기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해 내년에는 2·3학년, 오는 2021년에는 전면 시행된다는 보도이다.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을 강조하며 세계교육포럼(2015년)에서 '한강의 기적'을 낳은 경제발전 동력으로서 한국의 교육 모델이 관심의 대상이 된지 4년 만이다. 그 때 유네스코는 취학 전 아동에 최소 1년의 무상의무교육을 시행하라고 회원국들에 권고했다. 무상 유아교육 및 보육의 중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취학 전 아동교육인 유아교육과 보육의 무상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의 재지정 기준 강화에 불복하던 교육청과 자사고 간의 논란도 일단은 조용해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 금지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자사고의 선택의 폭을 줄이려는 교육 당국의 정책에 대해 헌재가 지망생들의 선택권을 확인해 준 것이다. 자사고 불합격자에 대한 진학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자사고 지원자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사고의 자율성 침해 논란과 관련된 법적 분쟁은 일단락이 된 듯하다.

교육의 민주화는 인류역사가 끊임없이 성취해 온 민주화의 긴 역정의 완성을 의미한다. 종교개혁을 통하여 교회가 지배하던 개개인의 신앙이 신과 직접적 관계를 맺으며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종교의 민주화를 이룩하였으며, 경제혁명을 통하여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받는 경제의 민주화를 성취하였으며, 프랑스대혁명을 위시한 정치혁명을 통하여 정치체제를 선택할 자유를 누리는 정치의 민주화를 달성하였다. 그러나 교육의 민주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완전한 민주화를 성취하였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사회가 형성되었다고 하는 것은 사회생활에서의 결정권이 시민에게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시민들이 사회현상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통제된 교육체제 하에서 특정 정치이념만을 교육받은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한다고 해도 그 정치이념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한 이념만을 주입하는 교육에 의하여 훈련받은 시민들, 즉 '헤게모니'의 틀 안에서 교육된 시민들은 '자유롭게'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그 헤게모니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동인형'이 될 수밖에 없다.

헌법 제31조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까닭도 바로 특정 정치이념의 주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사회는 교육의 주체가 국가에 있고, 그들은 일정한 이념을 주입시키려 한다. 소위 보수와 진보의 정권에 따라 교육이 일정한 이념형의 인간을 추구해 왔으며, 그것이 얼마나 철저히 인간의 의식을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의 주체가 국가로부터 학습자에게 옮겨져야 한다. 과거의 종교혁명, 경제혁명, 시민혁명의 과정에서 나타났던 현상이 교육에서 나타나야 한다.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교육의 민주화란 교육상황에서의 민(民)에 해당하는 학습자, 곧 시민이 교육의 주권자로 등장함을 의미한다. 시민들이 자신의 교육을 통제하는 것은 자연적인 학습의 권리를 행사하는 한 방편이다. 교육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서는 자신들의 학습에 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지적으로 인격적으로 성숙하기 위하여 학습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지적 인격적 성숙을 위한 학습을 지원하고 보장할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습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국민 개개인이 학습의 주체로서 학습공동체를 현명하게 형성하도록 지원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우선적인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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