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 에즈라 파운드
나무가 내 손으로 들어오니.
수액(樹液)이 내 팔로 올라왔네.
나무가 내 가슴 속에서
아래를 향해 자라니,
가지들이 나에게서 뻗어 나오네.
두 팔처럼.
너는 나무,
너는 이끼,
바람이 그 위를 스쳐가는 오랑캐꽃들. 너는,
너는 어린이 -그렇게도 키가 큰-
세상 사람들에겐 이 모든 것들이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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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의 몸과 마음에는 소녀가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그것들은 스멀거리며 자라서 비로소 '모든 사물'이 된다. 소녀는 아직 어리지만 감히 어른이 넘볼 수 없는 그렇게나 키가 큰 어린이인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나무와 이끼, 오랑캐꽃의 소녀를 지나친다. 하기야 소녀 아닌 것들의 눈으로 보면 어느 날,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것은 무척 어리석은 일이다.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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