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고서적 샅샅이 훑으며 고향말 '책으로'

[중부매일 서병철 기자]'아버지 ˇ돌 ˇ굴러가유∼∼∼'

이는 충청도 말이 느리다고 해서 나온 우스개 소리 같다.

모 방송사 코미디 프로에서는 충청도 출신인 최양락과 김학래가 느린 말투를 소재로 한 '괜찮아유∼'로, 충청도 사투리가 한동안 유행한 적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느린 말투인 충청도 사투리는 대전을 중심으로 청주, 부여, 공주 등 충청도 남부권인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반해 충북 북부권인 제천지역의 말(사투리)은 억세고, 강하며 투박한데다 된소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제천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사투리가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시골 노인정과 고서적을 취급하는 책방을 돌아 다니며, 4천500여개의 사투리를 모은 제천사투리보존회 김동원(69)회장.  

그는 20여년 간 발품, 입품으로 모은 제천사투리를 3년동안 묶어 '청풍명월 사투리 만세'를 발간했다.

이 책에는 옛 선조들의 땀내음과 쇠죽(소에게 먹이려고 짚, 콩, 풀 따위를 섞어 끓인 죽)끓이는 진한 향수가 풍겨 충북 도민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 편집자

 

▶'청풍명월 사투리 만세'를 발간하게 된 동기는.

10년 아래 동생이 사투리가 섞인 내가 쓴 시를 보며 '이게 무슨 뜻이냐'고 반문할때 깜짝 놀랐다.

분명 같은 시기에 자랐는데, 동생은 우리 사투리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적 습관처럼 썻던 입말, 꼬소한 '누릉기(누룽지)' 같은 입말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앞으로 십년 삶을 보장할 수도 없고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고귀한 토속 말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 말에 미치게 됐다.

그때부터 제천사투리를 찾기 위해 시골 노인정과 고서적을 파는 책방을 돌아 다니며, 20여년 간 발품을 팔아 4천500여개의 사투리를 찾았다.

이 중 1천47개의 사투리를 골라 3년동안에 걸쳐 입말 예문과 표준어를, 3천453개는 사투리와 표준어를 비교해 '청풍명월 사투리 만세'를 발간하게 됐다.

 

▶제천사투리의 억양과 특징은.

제천사투리는 충주, 단양과 강원도 영월 정선. 평창 등을 아우르는 권역에서 사용 한 것으로 보인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경상도와 강원도 사람들이 중앙·충북·태백선의 교통 요충지였던 제천으로 장(5일장)을 보러 오기 위해 왕래하면서, 충청도와 강원도 말이 부딪히면서 정착된 것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제천지역의 사투리가 투박하고, 된소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가슴패기, 가슴팍(가슴)' '소갈딱지(소갈머리)' '소낭구(소나무)' '빼마리(뺨)' '삐끄러지다(비틀어지다)' 등 말들이 무척 강하고, 투박하다.

 

▶이 책자를 발간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점은.

내가 사투리를 찾으러 팔방으로 돌아 다니면 '제천에 무슨 사투리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말을 들을때 마다 '왜, 내가 이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오래전 제천역 인근에서 교통사고가 난 적도 있었다.

운전 중에 생각이 날 듯한 사투리에 골똘하다 그만 앞차를 들이 박고 말았다.

갑자기 사투리가 생각나면 달력이나 신문지 등 닥치는대로 메모를 하는 습관도 생겼다.

 

▶'청풍명월 사투리 만세'를 소개하면.

사투리 사전인 이 책자는 총 405쪽으로 만들어졌다.

20여년 간 모은 4천500여개 중 1천47개의 사투리를 골라 예문과 해석한 문장, 표준어를 함께 달았으며, 나머지 3천453개는 사투리와 표준어를 비교,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언어 자료는 지리적으로는 제천, 문화적으로는 제천과 과거 생할권을 같이 한 방언들이다.

수록된 방언은 제천 특유의 낱말이나, 관용어 뿐만 아니라 표준말이 범주에 들더라도 제천지역 특유의 토속적인 어감으로 쓰이는 말들을 포함하고 있다.

표제어는 표준어에 대응하는 제천지역 방언 중에서 지역적인 특색을 잘 나타내는 단어 위주로 선정했지만, 표준어를 기준으로 가, 나, 다 순으로 배열했다.

방언이 쓰이는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방언이 쓰인 예문과 함께 표준어 대역을 수록했다.

표기는 한글 맞춤법에 따르되 가급적 제천지역이 발음을 반영했다.

 

▶3천453개의 사투리는 아직까지 예문을 달지 못했는데, 향후 계획은. 

'청풍명월 사투리 만세'가 발간되기까지 이재택 아우의 힘이 컸다.

발품,입품으로 얻은 귀맛을 예문으로 달았고, 여기에 동생이 제공한 예문들이 덧 보태져 책자가 비로소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특히 고마운 분은 토속말에 지극한 사랑과 애착을 보인 세명대학교 박경래 교수님이다.

언어에 대한 기초 지식도 없이 의욕과 욕심 만으로 시작한 나에게 진심 어린 격려와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직 갈 길도 멀고 험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안다.

이것이 끝이 아니며, 앞으로도 더 많은 토속 말을 발굴, 정리하고 3천453개의 사투리에 예문을 달아 3년 뒤 지금보다 더 나은 책자를 발간 할 계획이다.

 

 

▶김동원 약력 

금성초, 청풍중, 제천농고 졸업
제천축산업협동조합 지점장 퇴직 
충북시인협회 부회장(2016) 
제천사투리보존회장(2016) 
한국문인협회 이사(2017) 

 

▶저서 및 수상 내역

문학공간 시 등단(1995) 
시집 오지항아리(1996), 추억의 강(2000), 빈자의 노래(2005), 내안에 피고 지는 풀꽃의 노래( 2010)5. 시 선집 느티낭구 사랑앓이 (2014) 
국제문화교류 칠레 대사상(2004) 
다산문학 대상(2009) 
충북문학상 수상(2016) 
제3회 충청도사투리대회 대상(2016)
제천문인협회장(2014) 
제35차 한국문인협회 전국 대표자 대회 제천 유치(2015) 
을미창의 120주년 의병문학전(2015)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