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대행사 규모·자본·전문성 따져 규제 강화해야"

가경주택조합 사진. /신동빈

[중부매일 이민우 기자] 청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지역주택조합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지난 2017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주택법을 개정했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렴한 비용의 내집마련 꿈'이라는 조합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업무대행사 규제 강화, 추가 분담금 상한제 등 제도 개선과 함께 조합원들이 사업의 당사자임을 인지하고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청주가경지역주택조합 등 지역조합아파트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책 등에 대해 집중 점검한다. / 편집자


◆'추가분담금' 부담 필연적 발생 '악순환'

'지역주택조합아파트'는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저렴한 싼값에, 확실히 분양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조합에 섣불리 가입했다가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바람에 초기에 납부한 가입계약금이나 분담금 등을 날리거나 끊임없이 증가되는 추가분담금으로 고통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조합사업은 허점이 너무 많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일반 아파트 시행사업과 다를 바 없어 기본적으로 조합원 돈으로 사업 부지를 95% 확보해야 사업이 되는 데도, 조합원 가입계약금이 통상 수백억원대에 이르다 보니 부지매수에는 관심이 없고, 각종 경비명목으로 과다지출하거나 다른 용도로 유용해 업무대행사나 조합 임원들이 횡령죄·배임죄 등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조합 임원 등이 미리 '알박기'를 해두고 조합이 터무니없이 비싸게 사들이는 행태도 많다. 특히 조합원 모집이 대박을 터뜨릴수록 해당 부지 지주들은 배짱을 내밀고 시세의 몇 배를 요구하며 버텨 결국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증액으로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지역주택은 조합원이 '주체'다. 조합원이 모여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해 조합원 스스로 주택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조합운영 실태를 보면 ▶조합원이 사업진행 여부 ▶자신들이 납입하는 분담금의 사용내역 ▶사업추진 실적 및 전망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관련없는 제3자인 것처럼 취급당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조합원도 모르는 조합비의 유용이나 ▶조합장의 횡령·배임 ▶업무대행사의 전횡 ▶업무대행사로의 자금의 부적절한 이전 등이 발생한다. 그 결과 추가분담금이라는 부담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청주가경조합, 조합원 명부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정보공개청구권' 활용

'지역주택조합사업'이 각종 비리나 분쟁으로 복마전이 되는 사례가 많다. 이에 따라 해당 조합원들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총회를 소집해 조합 임원이나 대행사의 교체를 시도한다. 실제 청주가경지역주택조합이 해당된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을 바로잡기 위한 총회 개최 등의 시도를 해보려면 전체 조합원 명단과 연락처를 알아야 연락을 하고 힘을 모을 수 있다. 조합원들이 주택법에 의거해 조합원 명부에 대한 열람, 복사나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 조합은 조합원 명부를 어느 범위까지 공개해야 할까? 즉, 명부에 통상 기재되는 조합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해야 하는게 조합원들의 요구다.

주택법 12조 2항은 조합원의 조합 구성원 명부, 토지사용승낙서 등 토지 확보 관련 자료 등에 대한 열람·복사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 명부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규정돼 있지 않아 유권해석이나 판례를 통해 공개의 범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보면 "주택조합의 구성원이 주택법 12조 2항에 따라 조합 구성원 명부의 열람·복사를 요청한 경우 주택조합의 발기인 또는 임원은 그 명부에 기재된 조합 구성원의 전화번호도 열람, 복사해줘야 한다"고 했다. (2017년 5월 25일 안건번호17-0072)

또한 대구지법은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공개를 요청하는 점, 개인정보 침해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상의 보호의무 준수, 개인정보의 부당한 이용 내지 제3자 제공에 관한 처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이며 이점 등을 종합해 보면 조합원들의 주소와 연락처를 포함한 조합원 명부의 열람 및 등사요청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2017카합100 결정)했다. 이밖에 재건축조합원의 정보공개요구에 광주지법은 "조합원명부 중 성명, 주소, 전화번호와 서면결의서 등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정보는 추진위원회, 조합의 해산 또는 정비구역 등의 지정해제를 희망하는 토지 등 소유자나 조합의 활동을 감시하기를 희망하는 조합원에게 공개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있고, 개인정보보호법(18조 2항 2호)도 예외적으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성명, 주소,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명부를 공개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고 판결했다. (2014구합11076 판결)

이같이 ▶조합원은 누구나 정보와 자료를 공개할 것과 열람, 복사를 조합에 요구할 권리가 있다. ▶조합설립 이전이라도 조합가입 계약자의 지위에서 주택조합추진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조합설립 이전이라면 정보공개 의무자는 주택조합의 발기인이 될 것이고, 창립총회가 이루어지면 조합임원이 선출되므로 그 이후에는 조합 임원이 정보공개의 의무자이다. ▶이 같은 공개, 열람, 복사 요청에 대해 15일 이내에 의무자가 응하지 않는다면 주택법 제104조 제2호 및 제3호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등의 형사처벌을 받게된다.


◆타 지역 조합장·대행사 대표 구속 등 곳곳서 균열

이처럼 지역주택조합이 무분별 난립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실제 경남지역 최대 규모인 3천300가구로 추진됐던 김해 율하이엘지역주택조합의 업무·분양대행사 대표가 지난해 12월 초 구속됐다. 이들은 사업 과정에서 조합 자금 280여 억원을 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합은 지난 2015년 2월 첫발을 뗐지만 수차례 내홍을 겪으면서 아직 착공조차 못했다. 조합원들은 사업 장기화로 인한 이자 부담, 기존 주택 매매 문제 등을 호소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12월 16일 임시총회를 열어 시공사와 업무 대행사를 선정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집회를 여는 등 갈등은 여전하다. 또한 1천100가구 규모의 김해 A조합에서 최대 5천만원가량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조합측은 도로, 공원 등 추가 공사비, 학교용지부담금 등을 이유로 가구당 개별 분담금 2천400만원과 추가 분담금 2천750만원 등 5천150만원의 추가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모집 당시 84㎡ 기준 2억5천여 만원이었던 아파트 가격은 개별·추가 분담금을 모두 부과할 경우 3억원이 훌쩍 넘는다. 해당 조합은 지난 2016년 6월 착공 필증을 받았고 오는 9월께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업무대행사 규모·자본·전문성 까다롭게 규제해야"

이와 관련, 부동산 전문가는 대표적 조합 비리 유형인 '업무 대행사의 불투명한 운영'을 가장 큰 문제로 꼽으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주 흥덕구 J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조합원이 전문지식을 갖고 조합 문제를 들여다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로, 사업의 상당 부분을 업무 대행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 비리의 대부분이 업무 대행사에서 비롯된 사례가 많다"며 "현재 업무 대행사에 대한 검증 제도가 없는 상태로 자금력이 없는 영세업체가 들어와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대행사가 조합장을 교체하는 등 전횡도 일삼고 있다. 특히 업무 대행사의 사업 추진 능력이 조합원의 추가 분담 등과도 직결되는 만큼 대행사의 규모, 자본, 전문성 등을 까다롭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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