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2년 청주산단의 모습. /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2012년 청주산단의 모습. /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미세먼지에 이어 대기오염이 우리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두눈 뜨고도 속아왔던 오염유발 행위가 넘쳐나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일들의 대부분이 충북 특히 청주지역과 연관된 만큼 청주권의 대기환경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청주권은 폐기물 소각장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몰려있어 개선이 시급한데도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된 수치부터 다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출 및 개선조치의 기본 바탕이 될 측정이 믿지 못할 정도로 엉망인 것이다.

감사원 조사결과 충북지역 오염물질측정업체 12곳 중 8곳이 배출업소와 유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로 인해 행정기관의 지도단속은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측정업체와 배출업소간의 '짜고치는 판'에 단속과 점검에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환경행정이 놀아난 셈이다. 더구나 최근 밝혀진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사건은 유착관계에 따른 파장을 더욱 키우면서 우리를 숨막히게 하고 있다. 이들은 배출업소에 설치된 자동측정기기를 제멋대로, 입맛대로 조작해 그동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우리사회가 들인 공로를 허사로 만들었다.

따라서 이번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사건에 엄격하고 무거운 징벌이 처해져야 한다. 유사한 사례가 없도록 철저하고 광범위한 조사·확인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이같은 일들이 일어난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여수 사례에서 보듯 배출업소 '셀프측정'의 제도적 허점이 문제를 자초했고, 사태를 키웠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소 관리·감독 업무를 지자체로 넘기는 과정에서 감시망은 구멍투성이가 됐고, 이를 막기위해 업소 자체측정과 측정업무 대행이라는 방안을 마련·시행해 왔지만 안에서 도둑을 키운 꼴이 된 것이다.

측정대행 업체 입장에서 일감을 주는 배출업소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 수준이지만 이에대한 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수년째 상시적으로 조작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눈뜨고 속은 것도 있지만 알고도 쉬쉬 넘어간 것도 있다. 지난 5년간 대기오염 배출량 초과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장 상위 5곳 가운데 2곳이 청주권에 있고, 가장 많이 적발된 당진 현대제철의 경우 청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나 다름없는 곳에 위치해 있다. 또한 이 곳은 산업부문 미세먼지 배출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오는 24일 예정된 청주의 한 폐기물 소각처리업체에 대한 허가취소소송에 지역의 관심이 쏠려있지만 이 결과와 관계없이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된 조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배출업소와 유착된 측정업체의 면허취소는 물론 엄중한 징벌이 반드시 필요하다. 배출업소에 대해서도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만큼 응분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나마 숨을 쉬고 살기위해서는 우리가 대기관리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만 한다. 그 모든 것을 시작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빈틈없는 조사가 우리에게 과제로 주어졌다. 이제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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