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교수

지역화폐 바람이 거세다. 대한민국의 상당수의 지자체가 지역화폐 발행에 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6곳에 불과했던 지자체도 올해 약 150 곳으로 늘었다.

충북도에서 지역화폐 열풍을 가장 먼저 꽃 피운 도시는 제천이다. 제천시의 지역화폐 '모아'는 지난 4일 현금판매액 10억원을 돌파하며, 1차로 발행된 20억 소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모아'가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기(氣) 살리기'에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한 도내 여러 기초단체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청주시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지역화폐를 선보일 계획이다. 충주시도 오는 7월부터 가칭 '충주사랑상품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미 충주시는 1천700만원을 들여 제작 의뢰한데 이어 현재는 주유소, 영화관, 편의점 등을 대상으로 가맹점 모집이 한창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충북은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지역화폐 시장규모는 약 2조원. 충북은 220억원으로 전국의 1% 규모다. 도내 인구 절반인 청주시가 하반기에 100억원 가량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나 여타 광역단위 지자체에 비하면 가야 할 길은 멀다.

전국 지역화폐 열풍 가속화, 충북도 걸음마 수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으로 불법유통 해소
거대자본과 맞설 수 있는 사회안전망 역할 기대

지자체의 높은 관심에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 플랫폼' 업계도 더욱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해 2월 노원 지역화폐를 통해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를 상용화한 하이콘(HYCON)은 최근 반타(VANTA), 메이커다오(MakerDAO)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덩치 키우기에 나섰다.

KT도 블록체인 기반의 '착한페이'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고 지역화폐(상품권) 발행, 판매, 결제·정산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110억원 규모의 '김포페이'는 가맹점 수수료를 없애 소상공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지역화폐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만능키는 아니다.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안창호 한국교통대 창업중점 교수.

불법 유통에 대한 우려와 저조한 시민참여, 행정기관 주도의 지역화폐는 주민으로부터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또한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역화폐 또한 작은 규모의 '보호무역주의'와 같다고 주장한다. 지역 내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더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연결 사회, 세계화 등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언젠가부터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 게임'을 당연시 여겼다. 그러는 사이 수십 년간 우리 동네를 지켜온 서점, 극장, 점방은 이제 글로벌한 쇼핑몰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기업은 단기적 수익을 위해, 주주이익을 극대화를 위해,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그동안 우리는 화폐 본연의 역할을 잠시 잊고 살았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적자생존'일 것이다. 주변 환경에 적응 혹은 적합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이를 반대로 이야기하면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자, 부적응 자는 죽어도 별수 없다는 뜻이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생산액이 타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 내 소비를 촉진시키는 '마중물' 이상의 가치가 있다.

자본 중심, 권력 중심, 탐욕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 동네를 지키고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지키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바로 지역화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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