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준기 충남본부장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가 전시행정이다. 우리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인과는 다른 특수성 때문이다.

최근 청양군의 장애인에 대한 수박겉핥기식 전시행정이 언론에 보도됐다. 기사에 따르면 점자블록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를 10년이 넘도록 방치했고, 이러한 사실을 장애인 관련 부서나 공사 담당 부서 등 어느 곳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의 이동 편의를 위해 차량을 운행하는 등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런 무관심은 반드시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사건에서 예전과는 다른 면을 보았기에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언론보도 후 우연히 현장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뜻밖에도 문제의 횡단보도에는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이 깔끔하게 설치돼 있었다. 지적이 있은 후 며칠 만에 행정의 가장 큰 병폐인 복지부동(伏地不動)은 찾아볼 수 없는 신속한 일처리가 이뤄진 것이다.

과거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이나 마음가짐이 부족했던 행정은 시민사회나 민원인, 언론 등의 지적에 대해 무반응으로 일관하거나 마지못해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런 탓에 사소한 문제는 점점 더 큰 갈등으로 번져갔고, 상대방을 반성하게 해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한 비판은 생채기만 남기는 무분별한 비난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이러한 현상은 청양군도 마찬가지여서 행정의 오만과 독선, 권위의식 등은 오랜 시간동안 군민과의 소통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었다.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문제만을 가지고 전반적인 청양군정이 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례가 과거의 뻣뻣했던 자세에서 탈피해 유연한 모양새로 여러 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민선 7기의 한 단면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긍정적인 단면들이 모여 지속된 정체와 구태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혁신이 넘쳐나는 청양을 만들어 달라는 군민의 요구에 대한 답변이 되고, 또 이 답변들이 모이면 군민이 주인인 청양을 만드는 변화의 지름길이 만들어진다.

변화의 중심에는 민선 7기 들어 형성된 군민과 행정이 한 배를 탔다는 공동체 의식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희망을 갖게 한다. 사실 그동안 행정과 군민은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식의 따로국밥 관계였다. 이래서는 13만에서 3만으로의 급격한 인구감소, 1만 3천여 명에 달하는 고령화 인구, 저출산 등 청양군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김준기 충남본부장

아마 김돈곤 군수도 청양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취임 초부터 군정의 주연이 아닌 조연을 택했을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를 군민에게 비추게 함으로써 '우리가 함께'라는 끈끈한 공통분모를 만들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과 관련해 청양군이 보여준 신속한 대응은 군민을 주연으로 만들기 위해 조연 역할에 충실한 공직사회가 만들어낸 작지만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라 평가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 했듯 청양군이 처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영광스러운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지금부터 얼마나 '우리가 함께' 하느냐에 달려있다. "군민과 한 배를 타라" 청양군이 꼭 명심해야할 한 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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