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이야기
잠 이야기
  • 중부매일
  • 승인 2019.04.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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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규완 전 충북중앙도서관장

"엄마,아부지 뻥쟁이다! 글쎄, 옛날 삭이라는 사람이 종이 세 장만 베고 자서 180살까지 살았데?" "예끼 이놈아, 버르장머리 없이 아버지보고 뻥쟁이라니?"

어릴적 선친께서 장수의 대명사인 삼천갑자동방삭이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베개는 높게 베면 못쓴다고 하셨다. 당신은 목침을 베고 주무시면서….

우리 선조들은 고침단명(高枕短命, 베개를 높이 베면 일찍 죽는다)이라 하여, 아기 때 좁쌀베개를 시작으로 광목을 몇겹 접은 광목베개, 메밀베개, 국화베개 등에 재웠고, 성장하면 과거급제를 뜻하는 살구씨로 속을 채워 청량한 소리가 나는 베개를 만들어주기도 했는데,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살거리며 청하던 베갯머리송사에는 아마도 높고 긴 2인용 베개가 쓰였으리라.

잠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아기가 나비처럼 팔을 위로 벌리고 자는 나비잠, 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놀라 깨는 노루잠, 한자리에 누워 자지않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자는 돌꼇잠, 개처럼 머리와 팔다리를 오그리고 옆으로 누워자는 개잠, 막 곤하게 든 첫잠,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꽃잠(깊이 든 잠을 말하기도), 아주 달게자는 꿀잠 등.

고산 윤선도는 산중신곡 '야심요(夜深謠, 깊은 밤의 노래)'에서 자신의 꿀잠을 이렇게 노래했다. '바람 분다 지게 다다라 밤 들거다 블 아사라(바람 분다 문 닫아라 밤 깊었다 불을 꺼라)/벼개에 히즈려 슬카지 쉬여보자(베개에 쓰러져 마음껏 쉬어보자)/아해야 새오거든 내 잠와 깨와스라(아이야 날이 밝아오거든 잠든 나를 깨워다오).'

자기 부인을 소개할 때 "저와 한 이불 덮고 자는 사람입니다."라고 하거나 '맞벌이 부부는 등을 돌리고 잔다.'는 이야기에 코끝이 시려오기도 하는데, '부부는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말씀도 이제 옛말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잠버릇, 육아문제 등으로 각방을 쓰는 부부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고(2017년), 서로의 숙면을 위해 1인 1침대를 쓰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996문화' 반대운동이 일고있다 한다.

오전 9시부터 밤9시까지 주6일 근무하는 '996'으로 인해 잠도,섹스도, 삶도 없고, 아기도 갖기 힘들며, 30이 되기 전에 번아웃(burnout, 탈진) 된다고 야단이란다.

캘리포니아 대니얼 크립케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짧거나 너무 길면 사망률이 높아지는데, 가장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6~7시간이며, 4시간 이하로 자거나 8시간 이상 자면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잠이 부족하면 도덕적 판단력이나 양심이 흐려진다는 섬뜩한 연구결과도 있다.

세상엔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면증(밤에 잠을 충분히 잤어도 낮에 갑자기 졸음에 빠져드는)으로 운전을 못하는 사람도 있다.

세계인의 약 1/3이 언제든 불면증과 관련된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까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더욱 와 닿지만 무턱대고 잠을 자기 보다 자신의 수면형(올빼미형, 종달새형)에 맞춰 잠자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김규완 충북중앙도서관장

유태인 가정에서는 '책을 침대의 발치에 두지말고 머리맡에 두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우리도 '책은 머리맡에 스마트폰은 발치에' 두면 어떨까?

밤에는 뇌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이 분비되는데 스마트폰의 청색광(블루라이트)을 오래 쐬면 멜라토닌의 생성과 분비가 감소되기 때문에 잠자리 스마트폰은 불면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주말에 밀린 잠을 몰아서 자면 월요병의 원인이 되고, 특히 휴일의 긴 낮잠은 뇌를 멍하게 만든다고 한다.

세익스피어는 "좋은 잠이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해주는 살뜰하고 그리운 간호부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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