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 예정부지 선정에 따른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기는 커녕 되레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이 사업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에 청년인력 양성, 기술혁신 등의 기능을 집약시킨 농산업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으로 연관 사업들을 묶어 지원하게 된다. 특히 스마트팜 단지와 더불어 창업보육, 실증단지, 정주여건 등 전후방 산업에 대한 투자 및 동반성장으로 미래 농촌발전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밑그림이 화려한 만큼 사업 선정을 앞두고 지역간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뽑힌 곳을 보면 공모조건에도 맞지 않고, 해당지역에서 반발하는 등 선정과정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2곳씩 선정되면서 정작 사업 아이템을 내놓은 곳이 제외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 선정된 사업지 가운데 산을 대규모로 깎거나, 보존해야 할 저수지를 메워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유지가 절반 가량을 차지해 추진이 어려운 지역도 있다. 한마디로 입지 적정성에 문제가 많은 것인데 반대로 모든 여건이 우수하고 조건이 충족된 지역은 배제된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선정지역 농민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고, 탈락된 지역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의혹과 함께 지역균형발전을 무시한 선정결과라며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등 안팎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더구나 잡음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당사자인 농림부에서는 공모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며 덮으려고만 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더라도 해당지역 처지에 맞지 않는다면 강행되어서는 안된다. 사업에 적합한 지역을 찾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하물며 사업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곳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사업지 선정의 더 큰 문제점은 지자체에서 발굴해 낸 아이템을 중앙정부에서 날로 먹었다는 것이다. 제천시가 대통령의 지역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던 사업이 농림부의 전국 공모사업으로 둔갑됐다. 게다가 사업을 가져간 것도 모자라 제천을 사업대상에서 제외시켜 당초 구상인 '미래첨단농업복합단지'는 공중에 떠버린 꼴이 됐다. 실제 충북도와 제천시는 한방천연물 기반을 모델로 차별화된 전략작목을 선정하고 지자체 및 농민, 관련 기관 등이 참여한 추진단을 통해 별도의 정책을 계획하는 등 사업추진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이다보니 한편에서는 '저작권 소송'이라도 해야 된다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지자체에서 중앙부처를 상대로 이같은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상황의 심각성을 대변해 준다. 지금이라도 농림부는 분명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아이템의 제공자이자 사업추진의 선두주자인 제천시가 왜 배제됐는지를 말이다. 선정과정중 현장에서 나온 '현재 농업의 어려움은 과잉생산과 유통구조에 있다'는 지적만 따져봐도 기존 농가의 부담을 키우는, 시장경쟁을 가중시키는 농림부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만 덜 후회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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