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신원 규명" 눈물 호소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조사 보고회가 25일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서 유가족과 유해 발굴 공동조사단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눈물 흘리는 유가족, 유해와 유품 사진 등이 실린 보고서, 유해 발굴 결과 발표하는 박선주 조사단장(충북대 명예교수). / 김용수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중 발견된 신원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인 도장의 주인과 그의 유족간 DNA가 일치하지 않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충북도는 25일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제6차 유해 발굴' 사업에 대한 결과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열린 보고대회는 지난 3월 7일부터 17일까지 보은군 내북면 아곡리 일원에서 추진한 유해 발굴 결과를 발표는 자리였다.

이때 발견된 도장의 주인공은 희생자 박노현(당시 법원 근무 사법고시 1차 합격)씨로 주변 유해 2구와 함께 DNA검사를 실시했으나, 유족과 일치하지 않아 다른 2구의 유해 샘플로 DNA검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노현씨의 동생은 참석하지 않았으나 유족들은 "확실한 증거품이 있는데 전수조사를 통해 유족을 찾아야 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현재 진행중인 4구의 DNA 조사는 DNA Link측에서 무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전수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36명의 유해와 비교를 해야 하는 것이므로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공동조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DNA조사 결과 유족과 일치한다면 이것은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유해중 처음으로 가족을 찾는 사례가 될 것으로 전수조사를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희중 DNA Link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희생자와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사업을 맡은 공동조사단 박선주 단장(충북대 명예교수)은 수습한 유해를 토대로 유해 부위별 개체 수, 희생자 연령대, 사망 원인 등 인류학적 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보은에서 발굴된 시신만 40여구로 20~30대의 남자로 확인됐다. 희생자 대부분의 키는 1950년대 한국 어른 남성 평균 키인 165cm와 비슷했다.

사망원인은 총상에 의한 사망으로 희생자 학살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M1, 카빈 등의 소총 탄두가 발견됐다. 이는 아군이 쓰던 것과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허리띠 버클, 단추, 신발과 라이터, 안경, 시계, 구두주걱 등 136점의 개인 소지품들도 나와 청주 청원 일대의 농민과 일반시민 일부 지식인 층도 포함됐다는 사회적 신원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됐다.

박 단장은 "보은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여져 이번에 발굴한 곳에서 조금 떨어진 한빛 주유소 남단 지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아곡리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과 국가가 나서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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