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의 주민참여예산 규모가 제도 도입이후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제도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예산 편성과정에 직접 참여해 생활관련 재정배분의 공정성을 높이게 된다. 더 나아가 재정운영의 투명성 확대로 자치단체의 예산낭비와 비효율적인 집행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와함께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원하는 사업들을 스스로 골라 추진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이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재정분야의 주민자치, 참여·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며 집행부에 의한 관(官) 주도 예산편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하는데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부족, 예산심의 위원들의 역량 한계, 집행부의 소극적 대처 등이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 제도 시행후 건수, 금액 등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충북도의 경우 시행 첫해인 2011년 421건, 2천245억원이었던 주민참여예산 규모가 지난해에는 절반 가량인 192건, 1천240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주민참여예산 요구 대비 반영률이 2011년 63.9%에서 2018년 75.2%로 꾸준히 높아진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주민참여예산 제도는 예산과 재정문제를 넘어 정책결정이나 행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주민참여를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참여 확대와 보장을 위한 공청회 개최 등에 적극성을 보인다. 예산학교 등을 통한 심의위원들의 역량강화도 같은 목적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집행부에서 공개적인 주민참여 기회를 없애거나, 심의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 등 엇박자를 보이는 지역도 있다. 결국 이 제도의 활성화 또는 안정적 시행은 당사자들의 태도와 운영상의 문제인 것이다.

이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제대로 된 예산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심의위원회 활동 폭을 넓히고, 주민과의 거리를 최대한 좁혀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회의 참석과 상정안건 논의에만 그친다면 반쪽에 그치게 된다. 심의 안건외에 어떤 요구와 논의가 있는 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안건상정에 기관이나 담당공무원들의 판단이 개입되고 선정여부가 갈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공정한 심의가 되려면 상정 단계부터 공개되고 심의위원들이 관여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뒷받침돼야 제도의 내실이 다져지고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일단 허울뿐인 예산심의의 덫에서 벗어났다면 다음 단계로 주민참여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경찰, 교육 등 지역에서 집행되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사업으로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자지체가 아닌 다른 기관의 예산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 살림에 행정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민참여예산 또한 이에 국한될 이유는 없다. 공청회나 별도의 경로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방안도 있다. 이들 사업 대부분이 지자체 행정과 연결된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면 의외로 쉽게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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