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충주댐 물값을 놓고 벌이는 충주시의회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충주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집행부가 상정한 2019년 당초예산 가운데 수자원공사에 지급해야 하는 정수구입비 62억5천500만 원을 전액 삭감한데 이어 올해 첫 추경에서도 또다시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충주댐 광역상수도를 통해 공급받는 정수구입비를 수자원공사에 지급할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충주댐 물을 수자원공사 소유의 충주 용탄정수장에서 처리한 뒤 광역상수도를 통해 경기지역으로 보내고 있고 충주지역 13개 읍·면지역과 4개 동지역도 같은 물을 공급받고 있다.

충주지역에서 하루에 소비하는 광역상수도 물은 3만t 정도로 시는 매월 이에 따른 정수구입비 4억5천만 원에서 5억 원 정도를 수자원공사에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가 정수구입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시는 수자원공사에 내야할 정수구입비 넉달치가 체납된 상태다.

자치단체가 수자원공사에 지급해야 할 물 값을 체납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충주시의회가 이같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저 예산 승인 권한을 활용한 몽니를 부리는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시의회는 시민들의 여론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이다.

충주댐 물 값에 대한 시의회의 입장은 충주댐에 대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충주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1986년에 완공된 충주댐 건설로 66.48㎢의 면적이 수몰됐고 4만9천627명의 수몰이주민이 발생했다.

수몰이주민들은 당시로서는 거역할 수 없는 충주댐 건설이라는 국가시책으로 인해 정든 고향을 물속에 둔 채 떠나야 했다.

충주댐이 건설된 이후 충주지역은 잦은 안개로 일조량이 줄어들고 냉해를 입어 영농에 피해를 입고 있다.

취수장 건설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각종 규제로 개발행위에 제한을 받아 재산권 행사에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지역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댐주변지원사업비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면서도 충주시민들에게 충주댐 출연금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한강 수계기금을 지원해 왔다.

또 충주댐 광역상수도를 이용하는 충주시민들은 똑같은 물을 공급받는 경기지역보다 송수거리가 훨씬 짧은데도 동등한 정수구입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충주시민들은 충주댐 건설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혜택은 충분치 않아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고있다.

충주시의회의 정수구입비 예산 삭감은 이같은 불평등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다.

물론, 충주댐이 관광도시 충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기여하는 등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기자

하지만 많은 충주시민들은 충주댐을 말하면서 장점보다는 피해의식을 먼저 떠올린다.

이 때문에 충주시의회는 정수구입비 면제나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분쟁 대응을 위해 구성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지원 조례까지 제정하는 등 단호한 입장이다.

수자원공사는 "국가 공공요금 기본정책에 따라 관로 길이에 따른 상수도 요금 차등 적용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며 원론적인 입장으로 맞서고 있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법령이나 규정이라면 개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대로, 이제 충주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수자원공사가 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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