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과 충북 청주 등 전국 11개 지역의 버스사업장 234개 노동조합이 파업을 예고해 버스대란이 우려된다. 이같은 규모는 전국 노선버스사업 노조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 29일 파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해법 모색을 위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이 안되면 내달 15일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것인데 참여 규모와 해당지역 등을 감안할 때 전국적인 파업 예고로 봐야 한다. 더구나 쟁의 쟁점을 풀기위해서는 사업주측에서 해결할 수 없는, 정부 차원의 해법이 요구되는 등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이번 파업에는 4만명이 넘는 버스기사가 참여해 2만여대의 버스운행이 중단될 수 있다고 한다. 운행중단 버스에는 시내버스를 비롯해 시외, 마을, 광역, 고속버스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버스업계는 지역마다, 버스 종별마다 여건이 달라 쟁의행위도 따로따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번 쟁의는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버스기사의 주 52시간제 적용에 따라 전국 동시파업으로 진행된다. 또한 요구사항도 인력충원과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임금감소 대책 등으로 전국이 같은 처지다. 즉, 쟁의의 진앙지가 정부 정책으로, 정부에 책임과 해법을 요구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버스업계의 주 52시간 적용은 장시간 근로가 많은 버스기사들의 건강을 지키고 사고유발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 사업체의 인력 충원, 경영난 등을 감안해 지난해 7월에서 시행이 1년간 유예됐으나 갑작스러운 인력확보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되레 상당수 기사들이 근무여건이 좋은 서울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역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지는 부작용만 초래됐다. 이어 유예기간 만료로 기사부족과 임금인상에 따른 버스 교통대란이 예고된 것인데, 지난 9개월간 필요인원의 10%도 못채웠지만 정부는 모른채로 일관했을 뿐이다.

이처럼 이번 버스대란은 사실상 지난해 버스업계가 주 52시간 대상업종에 포함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등지에서 노조가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뒷짐만 졌다. 문제가 터진 뒤에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회', '임금 지원을 위한 일자리함께하기 사업 활용' 등 공염불만 되풀이 하거나 '지자체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임금과 인력 문제를 지적한 버스업계의 하소연을 외면한 것은 물론 지역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대책 마련 요구에도 귀를 닫은 '소귀에 경 읽기'였던 것이다.

버스업계의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파업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노선감축·폐지 등 지역 노선버스 파행운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새겨 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발등의 불을 끌수 있는 방법으로 탄력근로제를 말하고 있다. 운행 중 교대가 쉽지 않은 버스의 특성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당수 추가고용은 필요하지만 말이다. 근로자 임금이 줄고, 사업체 경영난이 가중되고, 이용자에게 큰 불편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책마련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무능과 무책임의 전형인 셈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해법마련에 팔을 걷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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