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드기
호드기
  • 중부매일
  • 승인 2019.05.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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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명륜당 뜰에 아이들 소리 낭자하다. 잔디밭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나니는 아이들. 문의향교에 웃음꽃이 피었다.

오늘은 푸른솔문인협회가 주최하는 버드나무 축제날. 동화구연대회, 청소년 백일장, 호드기불기 대회가 있다. 호드기 불기는 봄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아날 무렵 물오른 버드나무, 미루나무, 산오리나무 가지 등을 가지고 호드기를 만들어 노는 놀이다.

노란 수선화가 피어 있는 고적사 뜰에 버드나무 가지가 한가득 물통에 담겨있다. 나무의 결이 줄기마다 아로새겨져있다. 냇가에서 물기 오른 푸른 봄이 행사를 위해 누워있다.

물이 차란차란한 물통 앞에서 연세 지극하신 분이 호드기를 만든다. 적당한 굵기의 가지를 꺾어 조심스럽게 비틀어 나무속을 빼낸다. 속이 빈 껍질을 약 6~8㎝ 길이로 자르고 한 쪽 끝의 겉껍질을 조금 벗겨내어 입으로 부니 소리가 났다. 아이들 눈이 동그래졌다. 호드기는 만들자마자 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 손에 쥐어졌고 여기저기서 뚜∼ 삐∼ 소리가 났다.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서 비틀어보았다. 속과 겉껍질이 분리되어야 되는데 꼼짝을 안한다. 돌리고 비틀어보아도 소용이 없다. 애꿎은 나뭇가지만 자르고 비틀고 또 자르면서 나무 탓만 하는데, 연세드신 분은 능숙하게 하얀 속을 죽 뺀다. 잎사귀가 나오면 시기가 지나서 그렇다며 호드기 하나를 주신다. 얼마 만에 보는 호드기던가.

입에 넣고 바람을 불자 아무소리가 안 난다. 아이들은 입을 모으며 호드기를 부는데 영 진도가 안 나간다. 고적사 댓돌에 앉아 경쟁하듯 불어대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처음 불어보는데 재미있단다. 얼굴이 벌게지도록 신나서 부는데 호드기가 입에 반은 들어가 있다.

나도 입에 푹 넣어 불어보니 우∼ 한다. 소리가 난다고 신이 나서 소리쳤다. 어렸을 때도 이랬던가. 입술에 떨림이 있다. 호드기에서 나는 소리만큼 입술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겉껍질을 벗겨낸 부분이 떨림판이었다. 가지가 꺾이어도 노래를 부르는 버드나무.

어릴 적 학교가 파하고 십리길 걸어서 집에 가다보면 친구가 쉬어가자며 물가로 내려갔다. 냇가 옆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금세 호드기를 만들어 주었다. 호드기는 길이가 짧을수록 높고 맑은 음이 나며, 길수록 탁하고 낮은 소리가 난다. 누가 더 오래 부는지 시합을 해서 진 사람이 이긴 친구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였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호드기는 마르면 소리가 안나니 만드는 대로 물에 담가 놓았다. 대회가 시작되었다. 뚜∼ 힘차게 오래도록 부는 아이들이 많다. 굵기나 부는 방법에 따라 소리도 제각각이다. 어른들은 호드기를 노래에 맞춰 불러댄다. 손으로 바람을 넣어가며 불기도 하고 국악 한 가락 하듯 양손으로 춤을 추는 이도 있다.

호드기 구멍의 크기에 따라서도 소리가 다르게 나는데 구멍이 굵을수록 낮은 음이, 가늘수록 높은 음이 나는 것이 다른 관악기와 비슷하다. 봄날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승패를 가누기보다 호드기를 즐기면서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아이들은 나뭇가지에서 소리가 나는 것에 신기해하고 어른들은 어릴 적 추억에 젖어 부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명륜당 팔작지붕위로 양성산 봄빛이 내려앉았다. 사람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향교와의 만남 참 좋다. 역사와 삶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곳 문의향교, 봄이면 늘 호드기소리 들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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