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끔찍한 방화·살인 사건으로 전국민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있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사회적 무관심과 불통이라는 큰 혹이 꽈리를 틀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 피의자는 모 정신병원에서 무려 68차례에 걸쳐 조현병으로 치료받았으나 사건 이전 2년 9개월 동안은 무관심으로 통원치료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안씨가 10년 전께 경남 김해 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산업재해 처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회적 불만이 쌓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강원 산불이 발생한 지 벌써 2주가 넘었음에도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은 여전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분명히 우리 곁에 있지만 쉽사리 눈길 주지 않는 사람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소외와 무관심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깊은 어둠 속에 숨겨져 있다. 우리가 찾고 돌보지 않는다면 이들은 계속 숨겨져 있어야 하고 진주사건처럼 엉뚱한 곳에 날벼락과 같은 피해가 돌아갈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이 너무 힘겨운 독거노인들, 며칠이 지나도 말 한마디 나눌 사람 없고 홀로 배를 채우며 보살펴주는 이 없이 텅 빈 방에서 삶의 마지막을 버티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인 것처럼 여기고 싶지만 이들도 우리와 같은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어려운 이웃들과 소통·배려를 실천하는 이들은 "무관심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사는 이웃들의 관심과 배려로 없어질 수 있고, 배려하는 따뜻한 관심만이 반사회적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관심과 배려'란,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만들 수 있고 무관심속에 놓인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즈음 사회공헌활동을 지향하는 농협에서 농촌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농업인행복콜센터'를 개소해 인기몰이 중이라고 한다. 홀몸어르신 등 고령 농업인이 생활 속의 각종 불편을 상담하거나 따뜻한 '말벗'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충이 접수되면 돌봄도우미·봉사단체·전문업체 등을 통해 해결해 줄 뿐 아니라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조직을 통해 노후 주거환경 개선까지 도맡고 있다고 한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물론 안면식도 없는 이웃들에게 다가가고 대화까지 나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분들의 모습이 자신의 부모님, 나아가 자신의 미래라고 여겨질 수 있고 그렇게 인연이 쌓이면서 책임감, 자신감과 보람이 더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UC 버클리대학 한센 교수는 사회적 협업을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관심을 가지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비록 일상생활이 숨쉴틈 없이 바쁠지라도 살아오면서 둘러보지 못한 내 이웃, 그리고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소통과 배려를 이제는 함께 꼭 실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마음을 주고받는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함께 나누는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임을 다시 한 번 다 같이 되새겨 더 이상 가슴아픈 사건·사고를 접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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