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얼마 전 한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꽃다발을 받았다.

모처럼 꽃다발을 받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게다가 내가 아는 장미가 아닌 조금은 독특한 꽃이 여러 송이였다.

꽃을 보면 늘 좋다. 우리 집에도 꽃이 몇 송이 있다. 늘 시들지 않는 조화다. 가짜 꽃이지만 꽃병에 꽂아 놓고 바라봄도 나름 괜찮다. 워낙 진짜 같아 어떤 사람은 깜빡 속곤 할 정도다.

특히 눈 내리는 날 창가에 놓으면 참 운치 있다. 그 옆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시면 조화와 눈 내리는 풍경으로 인해 차 맛은 더 깊고 풍부해 진다.

특별히 꽃을 살 일도 없고 주는 일도 별로 없으니 이번 꽃다발은 횡재한 느낌이 와락 들었다. 게다가 독특한 꽃도 여러 송이라 더 그랬다.

일단 꽃다발을 받으면 한참 꽃에게 눈맞춤을 한다.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고 한 송이 한 송이에게 눈맞춤을 한다.

이번 꽃은 꽃잎이 정말 많았다. 마치 양배추 속처럼 꽉 찬 게 신기할 정도다. 어쩌면 잘만 관리한다면 그 많은 꽃잎이 피는 걸 감상할 것 같았다.

이번에는 휴대전화로 열심히 꽃다발을 찍는다. 위에서 옆에서 그리고 아래에서, 세워놓고도 찍는다. 한 송이를 찍고 두 송이를 함께 찍고, 멀리서 찍고 아주 가까이서 찍는다. 찍은 사진을 보면 순간 유명 사진작가 된 것 같다. 흠뻑 사진에 취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생일이나 축하하는 문자를 보낼 때 그중 괜찮은 사진을 골라 보낸다.

이틀 동안은 큰 꽃병에 꽃을 모두 꽂는다. 집안에서 제일 어울릴만한 공간에 둔다. 그런 다음 하루는 다른 곳에 둔다. 주변 배경에 따라 꽃이 달라 보인다.

삼일 째 되는 날 꽃병에서 꽃을 모두 꺼낸다. 그런 다음 한 송이 한 송이 펼쳐 놓는다. 싱크대 아래에 놓아두었던 병을 꺼낸다. 커피를 담았거나 음료수를 담았던 병들이다. 워낙 병도 예쁘고 크기도 적당해 꽃 꽂기에 괜찮을 것 같아 따라 모아 놓았던 것이다.

병 세 개에 꽃들을 한 송이 또는 두 송이, 세 송이씩 꽂는다. 그리고 창가에 조르르 줄 맞추어 세워 놓는다. 순간 분위기 있는 카페에 온 느낌이다. 꽃들도 제 집인 양 긴 줄기를 쭉 빼고 위청,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다 싶어 휴대전화로 찰칵, 찰칵, 찰칵 사진을 찍는다. 마음 같아선 꽃다발을 준 이에게 "주신 꽃다발이 이렇게 잘 자라고 있어요."라고 사진과 함께 문자를 보내고 싶지만 조금 망설이게 된다. 나중에 연락할 기회가 된다면 꼭 보내야지, 생각을 품는다.

그러고 보면 꼭 꽃병은 꽃병이 아니어도 괜찮은 것 같다. 예전에는 음료수 병도 귀할 때가 있었다. 그중 사이다병고 콜라병이 있다. 엿장수에게도 모아 팔면 엿도 듬뿍 받을 수 있었다. 그 시절 개나리꽃이나 진달래를 음료수 병에 꽂았다.

한번은 소주병에 진달래를 꽂았는데…, 다른 병보다 더 맑고 예뻤지만 왠지 모르게 슬픔이 밀려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생뚱맞게 소주병의 물이 눈물처럼 느껴졌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이번 행사로 받은 꽃다발. 조금 덜 시들게 물을 갈아주며 정성을 들인다. 꽃을 보며 행사의 기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도 싶기 때문이다. 또 꽃을 준 행사 관계자들의 애쓰심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 묶음에서 나눈 꽃들이 달빛에도 아침 햇살에도 제 각각 예쁘다. 참 넉넉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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