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파는 '책시장'
추억을 파는 '책시장'
  • 김정미 기자
  • 승인 2019.05.0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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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정미 충남 금산주재 차장

한 남자가 물었다. "어떤 작가 좋아하세요?" "니체. 뭐 작가라 하긴 좀 그렇지만." 다음날, 내 책상에 '릴케 전집' 13권이 놓여 있었다. "릴케가 아니라 니체!" 끝내 니체 전집은 받지 않았다. 그가 처음 릴케가 아닌 니체를 선물했다면 딸아이의 이름이 바뀌었을까. 20년 만에 이 무겁고 부담스러운 한 남자의 순애보를 보낸다. -무인책방 사연 中

"옛날 이야기만 팔아요. 내 동생이 좋아하는 옛날 그림책입니다. 3권 이상 사면 스콘 하나 드릴게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책에 이름을 적어두기도 하고 세워서 집을 짓기도 했어요. 추억이 무척 많아요."-어린이들의 책방 사연 中

매달 첫째 주 토요일 대전 유성의 한 마을에서는 '책시장'이 열린다. 마을 주민은 물론이고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해 추억이 담긴 책을 판매하고 교환하는 시간이다.

어린이는 그림책을, 어른들은 잠자고 있는 서재의 책을 들고 나와 새로운 주인을 연결해준다. 누군가에겐 헌책으로 불리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삶이고 기억임을 공감하는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

1천원에서 2천원.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절실하게 책을 원하는 지 마음을 교환하는 시간이 소중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마음이 열리면 덤도 후하다. 수익금은 일부 후원하고 전액 후원하기도 한다.

오래되어 더 소중한 것도 있다고, 책을 교환하고 되살리면서 우리 삶도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웃들이 선물 같은 책을 들고 나온다.

김정미 사회·경제부 차장.<br>
김정미 충남 금산주재 차장

추억을 파는 하루 상점엔 저마다의 사연과 추억을 간직한 책들이 가득하다. 고사리 손으로 삐뚤빼뚤 써내려간 짧은 메모를 읽는 재미도 풋풋하다. 책으로 공동체 활성화를 꾀하는 사람들. 더 많은 마을에서 더 많은 책시장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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