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사회는 기업들에게 예전보다 더 많은,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으로 새로운 사회가치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업 사회혁신'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더구나 격동기를 거치며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대기업들은 수출입국, 경제성장 일변도 등의 국가정책 및 국민들의 희생과 감내에 힘입은 만큼 이에따른 사회적 책임은 더더욱 크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얻은 돈과 권력으로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데만 혈안이 됐다. 그래서 '천민자본'이라는 말까지 듣게 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된 지금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이런저런 적지않은 사회공헌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이윤추구가 기업의 본질이라면 사회적 책무는 기업활동의 기반인 셈이다. 따라서 기업활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만큼 사회에 이윤을 환원하고, 국가와 국민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미지 제고를 위한 기업공헌활동을 펼치면서 다른 쪽으로는 사회 구성원으로 기업이 짊어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마저 망각하기도 한다. 이런 대표적 사례로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충북의 대기환경은 미세먼지 수치에서 보듯 전국 최악의 수준이다. 정주여건은 고사하고 삶의 질을 위협하는 이 문제는 도민은 물론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밖에 없다. 헌데 도내에 입주한 대기업들이 대기환경 오염을 부추기는데 큰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기업들의 모범이 돼야 할 대기업으로서 해서는 안될 짓들을 버젓이 해 온 것이다. 환경문제, 그 중에서도 공기 질과 관련된 위험신호가 거듭되면서 이 문제가 지역의 최대 화두가 됐음에도 이들은 모른 척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지난해 대기환경 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도내 대기업을 보면 SKC코오롱PI, SK이노베이션, SKC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직전 해에도 비슷한 일로 적발되는 등 법규위반을 일삼았다. 또한 LG생활건강, LG화학, 한화첨단소재, SK하이닉스, 유한킴벌리, 삼성물산 등도 2017년 적발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대기업들이 기업의 기본적인 책무조차 무시한 것이다. 몇몇은 관련일지 미작성 등 사안이 중하지 않아 보이지만 어떤 일에서도 조그만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 대기업 생리상 그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가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대부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익의 일부를 떼어내 사회에 돌려주는 것인데 상당한 금액을 들여도 그리 빛이 나지 않는다. 반면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는 불·탈법의 위험은 물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다. 이 둘의 득실은 주판 알로 계산할 성질이 것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갑질' 횡포에 족벌경영, 문어발 확장 등 툭하면 터지는 비리와 비위로 인해 이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덩치가 크면 그 값을 해야 한다. 이미 여수산단에서 쓴 맛을 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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