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빙판의 두께'
식물해설가가 건져 올린 공감 그물망

[중부매일 서인석 기자] "삶은 늘 위태롭다. 언제 꺼져 내릴지 모르는 박빙 위를 걷듯 말이다."

그렇게 살아온 60년 세월에서 그가 건져 올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의 책은 시인이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식물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정충화 작가의 산문집이다.

올해 환갑을 맞은 작가는 서문에서 '내 인생의 중반부를 마무리'하며 "예순한 해 동안 사느라 애쓴 나를 위한 작은 위로의 표식으로 삼"고자 이 책을 발간했다고 피력했다.

특히 이 책은 지난 2011년부터 충주에서 시작한 자취생활의 기록, 삶과 세상에 대한 시선, 식물해설가로서 자연생태계에 대한 관점 등 100편을 수록했다. 준비 없는 노후를 맞은 처지를 걱정하면서도 품격 있는 삶을 놓지 않으려는 작가의 성찰이 공감을 일으킨다. 가르치려 하지 않고, 담담하게 정년을 앞둔 50대 후반의 삶과 생각을 기록했다.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공감의 여운은 길다.

"나도 '개저씨'인가? 우선 나부터 내 안의 권위주의적인 생각을 모두 떨쳐내고 공감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나 자신도 볼품없으면서 남을 얕잡아 본다는 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이겠는가?"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관계이다.

정충화 작가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물과의 유기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호혜적, 상호 의존적 관계를 형성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은 관계의 그물망을 벗어나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의존적 존재라서 그렇다."

한편 작가 정충화는 시인, 식물해설가로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를 졸업했다. 2008년 계간 '작가들'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저서로 시집 '누군가의 배후'(2013), 시화집 '환몽'(공저, 2010)이 있다. 2010년 제7회 부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빈터'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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