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김민주 청원고등학교 교사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학교 야외 공연장에서는 플래시몹 활동이 진행 중입니다.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발언자의 말에 귀 기울입니다. 못난 자신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의학의 힘을 빌려 예쁜 얼굴은 만들 수 없기에 아름다운(?) 마른 몸이라도 만들어보고자 독하게 다이어트를 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랍니다. 학생들은 다이어트 성공 비법에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지금의 학생들은 학업뿐 아니라 자신을 가꾸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입니다. 학생들은 어떻게 다이어트를 할까 궁금하여 대화에 귀 기울여 봅니다. 단연 굶는 다이어트네요. 살을 빼려면 독하게 운동하고, 굶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생의 건강이 염려됩니다.

그래서 굶는 다이어트와 혹독한 운동,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아보았습니다.

굶는 다이어트, 오히려 살을 찌운다.

역설적이게도 무리하게 굶으면 오히려 살이 찐다고 합니다. 음식중독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음식섭취 행위는 겉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소화기관과 중추신경이 정교하게 연결된 꽤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랩틴이나 그렐린 같은 식욕조절 호르몬이 음식섭취 후 포만감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게 하는 한편, 음식섭취를 쾌감으로 인식하는 뇌 보상회로가 동시에 작동합니다. 예를 들면 보통 배가 고플 때, 식욕촉진 호르몬이 분비되고 뇌 시상하부에 음식을 먹으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배가 부르면 내장지방에서 분비된 랩틴이 뇌로 가서 그만 먹으라고 명령합니다. 극단적인 굶기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사람은 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불규칙하게 굶거나 고열량 음식섭취를 반복하게 됩니다. 결국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망가져 버리고 음식을 즐거움으로 인식하는 쾌감 회로가 발달하게 됩니다. 즉 음식중독에 빠지는 것입니다.

운동만 해서는 절대 살 못 뺀다.

하루 24시간 단위로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한 결과,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서 땀을 빼도 하루에 소모되는 칼로리는 하루 200칼로리 정도만 더 늘 뿐 이라고 합니다. 즉 우리 몸이 하루에 소모하는 칼로리는 신체활동량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사람의 기초 대사량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에너지도 거의 쓰지 않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즉 심장은 여전히 1분에 60~70회씩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신장은 24분 주기로 온 몸의 피를 걸러내고 있습니다. 뇌는 우리가 아무리 '멍 때리고' 있을 때라도 전체 칼로리 소모량의 20%를 쓰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어쨌든 운동을 하면 그 양에 비례해 여기서 추가로 칼로리가 소모돼야하는데 왜 200칼로리까지만 늘어나는 것일까요? 이를 몸의 생리적 대응과 행동적 대응으로 과학자들은 설명합니다.

즉 과한 움직임으로 칼로리가 많이 소모되면 우리 몸은 생리를 조절해 에너지를 아낍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많이 하면 몸의 면역계가 쉬면서 염증반응이 줄어듭니다. 염증반응 과정에서 관련 세포와 물질을 만들고 열을 내는 등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또 호르몬 분비가 재조정돼 생식력이 떨어지고 손상된 신체조직을 복구하는 속도도 떨어집니다.

한편 공사현장을 지나다 보면 일을 하던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그 자리에 누워 낮잠을 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최대한 칼로리 소모를 아끼는 현상입니다. 육체노동을 하면 잠이 잘 온다는 건 어쩌면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몸의 적응의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식습관을 바꿔라.

음식을 제대로 고르면 공복감을 덜 느끼게 돼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로 살을 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들(생선, 콩, 사과, 채소, 닭 가슴살, 통밀 등)위주의 식단으로 생활한 사람이 6개월 후에 허기 수준이 많이 떨어졌고, 체중도 평균 8kg 줄었다고 합니다.

김민주 청원고등학교 교사

한편 같은 음식을 같은 양 먹더라도 먹는 시간대에 따라 허기를 느끼는데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루 섭취량을 '아침:점심:저녁' 7:5:2와 2:5:7의 비율로 먹게 한 후, 12주 후 결과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그룹이 저녁을 든든하게 먹은 그룹에 비해 하루 종일 허기(공복감)을 덜 느끼고 식욕촉진호르몬인 그렐린의 수치도 하루 종일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호르몬 분비가 정상 생체리듬에 맞게 조정되면서 배고픔이 덜하고 적당량을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진 결과입니다.

개별 음식이 공복감이나 식욕에 미치는 영향이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지고 있습니다. 영양학 교재에 나와 있는 음식들의 혈당지수는 평균값일 뿐 개인에 따라 그 폭이 큽니다. 이는 사람마다 소화효소 유전자의 유형과 발현양이 다르고 영양섭취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내미생물의 조성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이어트 식단 역시 개인에 맞춰 짜야 효과가 크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관한 최근 수년 동안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기존의 '얼마나'에서 '무엇을, 언제, 얼마나, 어떻게'로 폭을 넓혀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무엇을 : 고기를 줄이고 채소를 늘린다. ▶언제 : 12시간 이내에만 음식을 먹고 아침은 든든히 저녁은 가볍게 한다. ▶얼마나 : 적게 먹는다. ▶어떻게 : 자신의 체질을 고려한 식단을 짠다.


늘 굶주림에 시달리는 다이어트 대신 식습관을 바꾸는 다이어트가 건강에도 좋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사진설명 : 일명 토크 버스킹으로 진행되는 플래시몹, 점심과 저녁 급식시간에 진행되는 이 작은 행사는 청원고 가족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자유 주제로 5분 이내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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