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다 하여라/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조선 시대의 최고의 시인이요 문장가인 송강 정철의 시조이다.

어버이란 말은 한국에서 언어가 탄생한 가장 오래전에 생긴 말이다.

글자도 1446년 한글이 반포된 후 바로 만들어져 가장 오래된 한글 중 하나이다.

1447년 기록에는 '어버'란 글이 있고 그 후에 '어버시' 그 다음에 '어버이'로 정착이 되고 활용되었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어버이를 공경하고 어버이의 자식 사랑이 지극했던 지극히 가족적인 민족이었다.

그러면 어버이날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910년경 미국 버지니아에 살던 한 여성이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를 추모하며 교회에서 흰 카네이션을 나누어 주었던 것이 어머니날의 유래가 되었다.

이 같은 어머니날 풍습이 선교사들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전해졌고, 1956년에 이승만 대통령이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였다.

이후 아버지날도 함께 지켜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1973년 3월 30일 '어버이날'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우리가 사는 충청도는 예부터 충효를 중시한 양반 지역으로 특히 공주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오래된 효자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삼국사기 상덕열전에 서기 755년 경덕왕 때 공주(당시 웅천주)에 이름난 효자가 있어 벼 300곡과 집 한 채, 약간의 토지를 내려 표창을 하고 정려를 세워주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300여 년 전부터 효행을 표창하고 선양하는 미풍이 있었던 것이다.

약 20여 년 전에는 공주는 '효의 도시'로 다양한 효 행사를 펼쳐왔고 지금도 공주문화원에서는 매년 5월에 '효 백일장 대회'를 열고 있다.

또 올해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효자 상덕(向德-향토사학자 윤여헌 교수에 따르면 성을 말할 때는 '성 상'으로 읽기 때문에 향덕이 아닌 상덕으로 불러야 한다)의 제례를 옥룡동 주민 자치회에서 지낸다고 하니 아주 의미가 있는 효행 행사가 될 것 같다.

요즈음 가정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정은 인간이 공동체 생활에서 최소의 공동체 단위이고 가장 기본적인 사회 구성이다.

그래서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면 그 가정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바로 삼강오륜에 나오는 부자유친(父子有親) 모녀유친(母女有親)이다.

즉 부모, 자식 간에 서로 친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함이 있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하는데 현재의 부모와 자식들은 도시와 시골이라는 다른 공간에 서로 헤어져 살고 있다.

이러한 때에는 누가 뭐래도 자식이 먼저 부모를 찾아뵈는 것이 도리이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세상살이지만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면 효도하는 일은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최창석 공주문화원장

풍수지탄(風樹之嘆)이란 말이 있다.

공자님이 어는 곳을 지나가는데 그렇게 애처롭게 우는 젊은이를 만난다. 사연을 물은 즉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고 부모께 효도를 하려고 해도 부모가 살아계시지 않아'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를 풍수지탄이라 하는데 '시경(詩經)'의 해설서인 한시외전 9권에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라 기록되어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진다.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이 나와 같은 풍수지탄의 한을 갖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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