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진흙을 필요로 하듯
연꽃이 진흙을 필요로 하듯
  • 중부매일
  • 승인 2019.05.08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차를 타고 가다가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자기도 두 다리를 절단한 천애의 고아가 이웃의 도움으로 부모님의 장례는 잘 모셨다. 갈 곳이 없는 고아는 병원치료를 받는 동안 소문을 듣고 찾아온 노점상 독거할머니의 아들로 입양되어 가시밭의 힘든 길을 시작한다.

치료를 받고서 의족으로 걷기를 익히고, 마음씨 착한 친구 만나 학교 잘 다니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명문대학에 합격되던 날 삶의 기둥이던 양어머니가 뒤늦게 발견된 췌장암으로 곁을 떠나며 두 번째 고아가 된다. 살기 위한 노력에 고통과 시련이 몇 갑절로 몰려와 책상 앞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누구보다도 튼튼한 철제다리만 믿고 부지런히 뛰어야 했다.

허기진 배는 물로 채우고, 부족한 학비는 장학금과 시간제 일자리가 메우고, 생활비는 야간직장이 해결하니 동가숙에 서가식의 뜨내기로 사니 감각 없는 발은 땅에 붙질 않는다. 삶의 기본인 의식주가 불안하니 깡(强)의 정신력만 살아남아 인내로 자립을 기르면서 남과 다른 생활방식을 용기의 터전삼아 장애를 벗 삼아 대학을 마치고, 박사를 거듭하다 천사가 된다.

장애인이라고 병마도 비켜가고, 24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니 악재는 발도 못 붙이며, 마음먹고 하는 일 허튼 게 없으니 만나는 이마다 같이 가잔다. 아는 이는 같이 살잔다. 약자는 지켜달란다. 지혜는 빌려달란다. 그러다 정상인을 추월한다. 경쟁은 모두 양보한다. 피하던 사람이 돌아본다. 억지가 없으니 흐름이 자연이다. 거센 풍파의 도전에 응수가 없으니 투쟁도 물러선다. 스스로 터득한 곧은길 맨발로 걸어도 흙이 안 묻는다. 욕심을 던졌음이리라.

부모와 양모 잃고서 여린 등에 십자가(苦痛) 지고 탁탁 막히는 숨 고르면서 가파른 고갯길 오르더니 부귀도, 영화도, 지위도, 명예도, 권세도, 수명까지도 미련 없이 떨어낼 수 있는 사랑을 얻었다. 연꽃이 진흙을 필요로 함이리라.

마음 정리(修養)가 잘 된 사람은 많은 이들 손때 묻어 썩은 동아줄은 건들지도 않는데, 탐욕으로 가득 찬 이는 지푸라기만도 못한 실낱에 목숨 걸고 애걸복걸하는 자신의 몰골에 자부심을 느끼다가 자리를 잡으면 가문의 영광이란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돈(財物)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했는데, 땀 흘려 모은 것 깨끗하고 보람 있게 쓸 줄을 몰라 두툼하게 고물 묻히는데 만 전념하니 정승으로 모시면 국고까지 쓸어갈까 걱정이란다. 국민 위해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 하겠다더니 끝나고 남는 건 하나같이 적폐 되어 평생일터로 모여든다.

이런 일 방방곡곡에서 대를 이어가며 많이 보고, 듣고, 느끼고, 반성하고, 다짐하고, 혈서로 결의까지 해 왔지만 개선광정은 시늉 한 번 없더니 이젠 양치기 소년이 되었다. 목적 없이 치부한 것이니 쓸 곳도, 쓸 줄도, 쓸 사람도 없어 봉사도, 기부도, 나눔도, 베풂에 배려도 없다. 조막손에 잡혔으니 어찌 풀리겠는가.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야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듯이 의미(目的)있는 고통을 견뎌내야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열 수 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고진감래라 했나? 옆을 보니 흥진비래가 따라온다. 가진 것이 명예롭고, 걸어온 길이 영광이도록 자신에게 떳떳하게 당당한 하루하루를 엮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