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류세 인하 폭 감소 첫날인 7일 청주시내 한 셀프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천500원대를 웃도는 등 급증했다. /이완종
유류세 인하 폭 감소 첫날인 7일 청주시내 한 셀프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천500원대를 웃도는 등 급증했다. /이완종

서민들의 살림살이와 직결된 물가가 심상치않다. 연초부터 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 요금이 일제히 오르더니 최근들어 삼겹살과 소주 등의 가격인상에 휘발유 등 유류값 상승세가 가중되고 있다. 삼겹살·소주는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좌우하는 품목이고 유류가는 전체 물가의 흐름을 바꿀 수 있어 이들의 오름세는 서민살림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물가인상 추세가 지속되면서 이제 우리는 세계적으로 먹고 살기가 팍팍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는 여전히 안정적일 뿐이다. 믿음은 커녕 황당함을 주는 물가 발표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와 실생활과의 격차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통계에서 비롯된다. 통계상 이뤄지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닌 장바구니 사정을 보다 가깝게 나타내는 생활물가를 물가관리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경제적 안정을 보여주기 보다는 생활여건을 나타내는 지표로 솔직하게 접근해야 한다. 실제 올 1월 통계청이 조사한 소비자 물가는 전년대비 0.8% 인상에 그쳤지만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자 물가인식은 1년새 2.4%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활물가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와의 격차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로 조사 품목은 460개에 달한다. 반면 실질적인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는 물품을 대상으로 가격비교를 한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지수는 국민경제의 통계상 지표일 뿐 일반인들의 실생활 형편에 대한 판단 근거로 보면 안된다. 이를 경기 판단의 근거 또는 화폐의 구매력 측정, 정부의 재정·금융정책나 임금협상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대신 서민살림은 다른 지표를 통해 관리·발표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장바구니 물가는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우리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물가가 비싼 것으로 유명한 영국 런던, 일보 도쿄 보다 먹고 사는데 더 많은 돈이 든다고 한다. 도시별 비교에서 서울이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생활비가 비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같은 식료품 가격 인상은 생활하는데 드는 비용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는 엥겔지수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지수는 가계소득이 오르면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여기에 외식비까지 더해지면 먹고 사는 게 녹록치 않을 수 밖에 없다.

올 1월의 물가지수는 그나마 지난해 유류세 인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인하율 축소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으며 유가 고공행진이 예상되면서 물가에 대한 압박은 불보듯하다. 이처럼 생활물가의 압박이 커지는데 언제까지 장바구니와는 동떨어진 지표를 내세워 물가타령을 할 것인지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물가와 관련된 여러 지표가 있다며 서민들을 현혹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생활물가 인상으로 먹고 사는 일이 어려워지는 데 물가는 괜찮다고 계속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키워드

#사설 #물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