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민실련 상임대표

결혼하여 십년이 지나도 자녀가 없는 부부교원이 가슴으로 아들과 딸 남매를 낳아(入養) 한 가족과 식구로 사는 친부모자식이 되니 비록 가진 건 없어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사람답게 키워 올곧은 판사 딸과 정의론 검사 아들로 사회상에 올려놓으니 자식농사 한 번 잘 지었다고 만나는 이들마다 부러워한다.

광작의 땅 부자가 5남매를 잘 키워 의사와 교수, 사장과 기관장, 그리고 영농조합장을 만들어 놓고 세상을 떴다. 아비의 장례식장에서 배곯는 자식은 하나도 없는데 상속을 어떻게 할 거냐며 경황중의 노모에게 각자의 몫을 주장하느라 문상객들은 뒷전이다. 농사꾼 큰 아들이 자신은 대학병원에 기증한 아버지 시신만 지킬 테니 남은 재산은 동생들에게 균분하자며 조용히 장례를 모신다. 남은 건 구순어미 명의의 요양병원 입원계약서 한 장뿐이더란다.

쉬어빠진 자식 늦장가 들이느라 동남아에서 손녀딸 같은 며느리를 맞은 시어머니가 손자녀 일곱을 낳아준 며느리를 친딸처럼 아끼고 다독이며 손자들 키우는 재미와 즐거움에 팔순이 지난 줄도 모르다가 간경화판정을 받았다. 딸 같은 며느리는 간 이식 밖에는 길이 없음을 알고 이식을 자청했으나 검사결과가 맞지 않아 회갑이 지난 아들의 기증으로 노모를 구했다. 친정할머니 같은 시어머니와 인력시장의 날품팔이 남편을 돌보면서 자녀양육에도 정성을 다하는데, 십오륙 년의 한국생활에 젖은 며느리는 시아버지 제사 빼놓지 않고, 친척들과도 화목하게 잘 어울리니 일등 며느리란다.

무남독녀 가정의 데릴사위가 된 중소기업 경리사원 개(?)씨는 아들 같은 사위로 장인장모 모시는 일에 정성을 다하면서 재산관리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다. 주위에선 재산상속이 목적이라며 조심하라는데, 칠순기념으로 유럽여행을 간 장인장모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니 아들 같은 사위는 친아들처럼 장례절차에 최선을 다한다. 손이 없는 딸이 낌새를 채고 남편의 부정을 구실로 이혼을 하니 아들 같은 사위는 닭 쫒던 개(狗)꼴이 되더란다.

어린이날에 유기된 아이들이 출생한 아기들보다 더 많고, 어버이날에 자살한 노인이 자연사인보다 더 많다는 것이 차라리 가짜뉴스였으면 좋겠으며, 출생신고가 사망신고를 추월하지 못하는 자치단체가 늘어난다는 것도 만우절에나 발표되면 좋을 텐데.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아동학대자의 80%가 친부모이며, 학대장소도 가정이 70%이고, 바쁜 탓도 있겠지만 자녀방임이 학대의 40%를 넘고, 그래서 시설에도 들어가지 못해 방황하는 청소년이 매년 갑절씩 늘어난다는데 무엇이 더 중한지 대책은 감감하다.

세계화에 편승한 졸혼과 황혼이혼으로 가정이 무너지는데 결혼과 자녀출산은 별개란다. 양육비와 교육비 보장 없다고 결혼이 강 건너 불이 되니 무자녀가정이 꼬리를 물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터한 가정의 달이 무색해져 씁쓸하기만 하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하지 않던가! 며느리를 딸같이 생각한다는 시부모도 진(=)이 아닐(≠) 수밖에 없기에 '처럼' 이나 '같이'를 붙여서 딸과 며느리를 구별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위해, 그래서 우렁찬 아기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처럼'이라도 좋다. 다양한 가정문화가 가족사랑으로 화목의 조화를 이루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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