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신산업과 국가균형발전 '기회의 창'
충북 신산업과 국가균형발전 '기회의 창'
  • 중부매일
  • 승인 2019.05.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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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재열 충북대 지리교육학과교수

지난해 충북으로 돌아와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타향살이 하는 동안 충북은 우리나라 최대 태양광산업 클러스터 지대로 변화하고 있었다. '솔라밸리(Solar Valley)'로 불리는 이곳에서 국내 태양광전지(셀)의 74%, 모듈(패널)의 51%가 생산된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119개의 태양광산업 관련 제조업체 중 69개가 충북에 입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지역정책 관계자에게 들은 바도 있다.

지난 10여년 사이에 한화큐셀, 신성이엔지,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 등 태양광산업의 대표적 선도기업들이 진천, 음성, 증평에 태양광 셀 및 모듈 생산 공장을 신설하고 확대하며 생긴 변화이다. 성장과 발전의 속도만 놀라웠던 것은 아니었다.

충북 경제지리의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이 지역은 태양광산업과 같은 '신산업'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사실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도 충북은 발전의 그늘이었고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충북에서도 청주만이 경부축에 속해 산업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이 밖의 지역은 오랜기간 산업투자가 미비했을 뿐 아니라 지역인재 유출의 문제도 심각하게 발생했다.

중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진천, 음성지역이 제조업 집적지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주로 수도권 한계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산업'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이처럼 주변부적인 산업여건을 가지고 있는 충북이 어떻게 태양광산업의 핵심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을까?

'입지 기회의 창(window of locational opportunity)'이란 경제지리학 개념에서 의문의 답을 찾아보자.

이 용어를 즐겨 쓰는 이들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서는 투입요소가 대체로 일반적 자산에 가깝기 때문에 신기술 기반의 산업 부문의 입지는 기존 투입요소의 위치에 영향을 덜 받는다. 그 대신 신산업 분야에서는 나름대로의 투입요소 공급망과 혁신체계를 새롭게 갖추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초기단계의 산업에서는 기존 지역구조에 좌우되지 않고 자유롭게 입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리게 되고, 이때 '운' 좋은 지역이 여러 가지 '우연'적 요소의 작용으로 신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기반이 미비했던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UCLA의 마이클 스토퍼(Michael Storper)와 앨런 스캇(Allen Scott), UC버클리의 리처드 워커(Richard Walker) 등 '캘리포니아학파' 경제지리학자로 일컬어지는 이들이 제시했던 설명 방식이다.

이들은 당시의 신기술 분야로서 반도체 산업은 보스턴 등 미국 동부지역에서 장악했던 라디오와 텔레비전 중심의 전통적 전자산업의 입지 요건으로부터 자유로워 캘리포니아에서 입지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었다고 논했다.

캘리포니아학파의 영향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지리학 및 지역개발론 교재에서 정보·통신, 생명공학을 비롯한 최첨단 분야가 '입지자유형'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충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태양광산업 클러스터의 발전을 통해서 균형발전과 관련된 두 가지 정책적 시사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신기술과 신산업의 등장은 해당 분야의 입지와 관련해 지역에게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준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 자체에 내재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의 요소처럼 혁신이 산업의 성장과 발전으로 전환되는 수혜의 장소와 지역도 미정(未定)의 상태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재열 충북대 지리교육학과교수
이재열 충북대 지리교육학과교수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지금보다는 명확히 현실화되면, 기존 산업질서와 공간분업에 좌우되지 않는 입지자유형 산업이 새롭게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그래서 둘째로, 신기술과 신산업에서 생성될 기회의 창을 포착하고 정착시키려는 지역발전 주체들의 적극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새로운 지역발전의 경로를 창출하려는 지역에서 신기술과 신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산업부문에서 전·후방 연계는 기존의 산업질서와 공간분업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지 않고 새로이 창출될 것이기에 입지유치로 인한 여러 가지 승수(乘數)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클러스터가 충북에서 생성되고 활성화되어 지역혁신성장을 이끌고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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