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도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도의회의 도입 촉구에 이어 시민단체, 전문가 등을 통해 도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충북은 산하기관이 있는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인사청문회가 도입되지 않았다. 최근 시민단체 토론회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전전번 선거때부터 약속해놓고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단체장 의지 부족을 질타하기도 했다. 도는 국회에 계류중인 지방자치법 개정안 처리에 따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조만간 도입 논의가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겉모습은 그럴 듯 하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를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충북도 인사청문회가 도입되어도 현실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도입 타당성을 넘어 실효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해 보인다는 이유로, 남들도 다 하니까, 준비가 되지도 않은 채 시행에 들어가서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당장 인사청문회가 이뤄진다고 해도 철저한 검증과 현실적인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있으나마나한 제도가 될 뿐이다. 자칫 면죄부만 줄 수도 있다. 단체장 견제라는 취지가 명분만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집행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한과 역할이 제한된 의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인사청문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방자치와 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의회의 견제기능 강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선거로 인해 단체장과 의회 다수당이 같은 정파가 될 가능성이 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거수기' 지적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검증을 위한 활동 모두를 의원 개개인이 짊어져야 하는 문제도 걸림돌이 된다. 인사검증이란 것이 적지않은 시간과 공력을 들여야 하는 만큼 겉핥기로 끝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와 예견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 도입은 필요하다. 상당한 지위와 권한을 가진 정무직 고위 공직자와 산하기관장을 아무런 검증없이 단체장 입맛대로 임명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경영능력, 전문성, 도덕성과 무관하게 선거와 인맥에 의한 낙하산 등 정실인사가 횡행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인사 시스템이다. 2017년 말 충북도 소통특보 임명 소란이 이를 확인시켜주지 않았는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인사청문회는 인사권 독점에 따른 폐해를 분명히 줄일 수 있는 제도다.

인사청문회 도입이 본격 추진된다면 다른 광역단체의 상황과 문제점을 면밀하게 살펴 타산지석으로 삼고,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정치쇼를 수없이 지켜봐왔다. 무의미하고 변죽만 울리다 끝난 경우가 부지기수다. 청문회에서 나올 수 있는 근거없는 의혹 제기, 폭로성 비난·비방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가뜩이나 뒷담화와 발목잡기가 넘쳐나는 지역 정서상 인사청문회가 온전한 검증의 장으로 운영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대한 보완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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