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논설실장

얼마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있었던 한 수상자의 수상소감이 화제가 됐다. 행사 참석자를 비롯해 이를 TV로 지켜본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주인공은 국민배우 김혜자다. 반백년을 훌쩍 넘긴 연기경력에 수상이력도 화려한 대배우지만 흥분과 격정에 찬 목소리로 수상소감을 전한 그는 우리사회에 더 크고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 삶의 소중함을 담은 한 드라마에 출연해 TV부문 대상을 받은 그는 대본의 일부를 그대로 소개하는 의외의 수상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이들은 소감으로 전한 대본내용도 의미심장했지만 진심이 가득한 수상소감 시작부터 눈시울이 붉어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성원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면서 "지금 우리가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꼈다"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지금 삶이 힘든 당신,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라며 드라마 대사로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과거와 미래, 그 어느 것도 위로가 되지 못하고 고단하기만 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주는 그만의 위로였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드라마속 연기로, 수상소감으로 거듭 위로를 전해준 그에게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위로는 따뜻한 말 또는 행동으로 상대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슬픔을 달래 주는 것을 말한다. 타인의 고통과 불행을 함께 느끼고 이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상대가 처한 상황에 공감(共感)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때로는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대상물 즉 문학작품이나 그림, 음악, 영화 등을 통해 스스로 위로를 받는 경우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위로의 핵심은 공감이다. 공감은 남의 의견이나 주장·감정 따위에 대해 같은 느낌이나 의견을 갖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와 감정, 생각 등을 함께 나누는 것이 위로의 시작인 셈이다.

요즘에도 그렇지만 얼마전 우리 서점가에는 위로를 내용으로 하는 책들이 넘쳐났다. 베스트셀러 서가는 여전히 그런 책들, 특히 청년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들로 가득하다. 그만큼 지금 우리의 삶에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라도 위로를 찾고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며, 이는 오늘을 사는 많은 이들이 지쳐있다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점을 장악한 이런 책들이 모두 위로를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부분은 허접한 내용에 어줍잖은 말잔치로 도배됐다. 진정한 위로를 주는 책은 따로 있다. 진심이 담긴 책들이 그것이다.

최동일 부국장겸 음성·괴산주재
최동일 논설실장.

위로가 필요한 시대, 위로를 위해서는 공감이 전제돼야 하고 공감을 나누기 위해서는 진심이 깔려있어야 하는 것이다. 김혜자가 전한 위로의 수상소감에는 진심이 묻어난다. 진심은 그 어떤 포장으로도,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지만, 되레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책들이 쏟아져나와도 위로가 필요한 세태는 요지부동이다. 가식과 허위는 곧바로 밑천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누군가로부터 존중받고, 따뜻한 관심과 격려의 대상이 되고, 자신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누군가에게 기댈 때 우리는 위로를 느끼게 된다.

당신은 누군가로부터 위로받아 봤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위로해줘 봤는가. 방향은 달라도 이 두가지는 한몸이다. 받아 본 사람이 줄 수 있어서다. 김혜자가 말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떠했는가.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붉어진 눈시울을 누가 볼까 부끄러워 했지만 정작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은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 내 자신이 아니던가. 위로로 인해 아파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당신만의 아픔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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