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음성군 '반기문 평화랜드'에서 열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창립식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 조병옥 음성군수 등과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충북도 제공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10일 음성군 '반기문 평화랜드'에서 열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창립식에서 이시종 충북도지사, 조병옥 음성군수 등과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충북도 제공

대한민국 외교사에 한 획을 그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이 첫걸음을 뗐다. 지난 10일 반 전 총장의 고향 음성에서 출범한 이 재단은 세계평화 증진 등 지구촌 현안과 함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경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변변한 국제적 단체를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민간외교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스포츠·문화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위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조차 머쓱한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이 수십년간의 외교활동과 이를 통해 쌓은 해외 인맥을 바탕으로 지구촌을 향한 창구를 만든 것이다. 출범식에 참석한 국내외 인사들과 재단 발기인의 면면을 보면 국내와 해외를 연결하는 대한민국 민간외교의 새로운 장이 그려진다. 반 전 총장 역시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인류에게는 소통과 공존, 통합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그에 맞는 지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고, 교류하고,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구촌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오대양, 육대주 전세계 곳곳에 한국인이 진출해 있고,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위상은 이에 한참 못미친다. 한류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지도도 부족하다. 더구나 반 전 총장이 활동했던 외교무대에서는 되레 퇴보하는 수준이다. 4강 외교라는 말이 무색하게 주요국들로부터도 고립되고 있다. 전문 외교관이 아닌 정치인들이 4강외교의 수장을 맡다보니 국격(國格)이랄 수 있는 외교에서 쓴맛을 보기 일쑤다. 국가의 외교활동이 정치놀음에 휘둘리는 지금, 해외 사정에 밝고 탄탄한 인맥을 가진 이들이 민간분야에서라도 뛰어야 한다.

외교는 정권과 무관한 자기만의 길이 있다. 얼마전 이임한 주일 중국대사의 송별식에 일본 총리가 참석하고, 일왕에게 따로 이임 인사를 했다고 한다. 향후 중·일 관계에서의 역할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2차 세계대전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 수차례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도 외교관들의 결정적 활약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이후 양국관계에서 핵심고리가 됐음은 불문가지다. 특정국에 대한 것도 이러할진대 세계 외교무대의 꽃인 유엔 사무총장을 8년간 성공적으로 역임한 반 전 총장이라면 그 영향력이 어떠하겠는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누가 뭐래도 충북이 낳은 인물이다. 보다 많은 후배들이 그의 활동과 역할을 보고 배우고, 그의 족적을 따를 것이다. 그것도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외교관의 꿈'에서 시작해 유엔 사무총장이 된 그의 행보는 바람직한 지침이다. 앞으로 재단이 국제무대에서 펼칠 수많은 활동도 의미가 있지만, 그가 추구하는 목표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더 알리고 전파해야 한다. 당장 국경을 초월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개발이라는 과제가 전 인류에게 주어졌지 않은가. 반기문 재단이 '보다 나은 미래'의 문을 열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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